28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고립주의 무역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UPI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과 한국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 확대 등을 비판하며 1980년대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화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신고립주의 무역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28일 ‘러스트 벨트’(과거의 영화를 잃고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대표적 도시인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연설하면서 민주당 행정부의 세계화 무역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7대 조처’를 발표했다. 러스트 벨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지만, 철강산업 쇠퇴 등 세계화의 피해 지역이라는 불만이 높아지면서 경합주로 떠올랐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 인구의 비중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한국과 관련해 미국 비영리기관인 경제정책연구소(EPI)가 발표한 통계를 근거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대한국 무역 적자가 2배가 됐고, 미국의 일자리는 거의 10만개가 사라졌다”며 “2012년 당시 국무장관으로서 한국과의 ‘일자리 죽이기’ 협상을 밀어붙인 것도 힐러리 클린턴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연구소는 지난 5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2011~2015년 9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무역적자는 151억달러로 4년간 114.5%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에 7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고, 백악관도 100억~110억달러의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망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세계화를 찬양하는 지도층’ 클린턴의 대항마이자,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중국 경제정책을 가차없이 공격할 적임자로 표방했다. 트럼프가 이날 발표한 7대 조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미국 노동자를 위해 싸울 거친 무역협상가 임명 △무역협정 위반 사항 조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 착수 등이다. 나머지 세 가지는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중국의 불법 보조금 제소 △중국의 무역기밀 절도 대응 등이 포함됐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민주당 행정부는 물론 기업의 이윤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경제 원칙과도 전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이해를 대표하고 선거 때마다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미 상공회의소도 트럼프의 구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상공회의소는 트위터를 통해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최소한 350만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관련해 “미국 노동자 권익 보호와 실질임금 향상, 국가안보라는 2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바 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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