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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니세프 ‘6살 아이 실험모델’ 쓴 캠페인 두고 논란

등록 2016-06-30 11:00수정 2016-06-30 22:03

‘불공평에 맞서자’ 캠페인에 아역배우 등장
차별 경험하며 울음 터뜨린 장면두고 입길
“절차적 잘못 없지만 아이가 받을 상처 간과”
“당신은 6살짜리가 혼자 공공장소에 있는 모습을 봤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장면 1

작은 여자아이가 혼자 거리에 서 있습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한복판입니다. 바쁘게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은 분홍색 코트를 입은 깜찍한 아이에게 다가와 “이름이 뭐니? 몇살이야? 이 근처에 사니?”라고 묻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쪼그리고 앉아 아이에게 길을 잃었는지 묻습니다. 이들뿐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이가 걱정되는 듯 다가왔습니다.

#장면 2

같은 아이가 같은 장소에 서 있습니다. 다만 얼굴에 검댕칠을 한 아이는 더럽고 허름해 보이는 옷을 입었습니다. 똑같이 거리에는 많은 행인들이 지나갑니다. 아이를 힐끔힐끔 쳐다볼 뿐 멈춰 서서 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장면 3

이번엔 식당입니다. (식당에는 미리 몰래카메라가 설치됩니다.) 같은 아이가 다시 말쑥하게 차려입고 혼자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는 한 여성의 테이블에 불쑥 앉는데 여성은 귀여운 아이를 보고 활짝 웃습니다. 다른 손님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모르는 아이지만 볼을 어루만지거나 관심을 보이며 말을 겁니다. 사람들은 환한 미소를 보여줍니다.

#장면 4

같은 식당입니다. 아이는 다시 허름한 모습으로 변장했습니다. 아이가 옆자리에 앉자 한 여성은 자신의 가방을 몸쪽으로 끌어당깁니다. 다른 남성은 아이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끌어내며 다른 쪽을 가리키며 가라고 말합니다. 나이 지긋한 남성은 아이가 곁으로 오자 종업원에게 “아이를 (식당에서) 내보내 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식당을 뛰쳐나옵니다.

#장면 5

“우리는 아나노의 기분이 너무 상해서 실험을 중단했습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을 채웁니다. 그리고 아이가 카메라를 보고 말합니다. “얼굴에 검댕칠을 하고 옷이 더러웠기 때문에 나는 슬펐어요.” 아이는 어깨를 들어 보이며 “모르겠어요”라고 말합니다. “다들 저더러 저리 가라고 했어요.” 아이는 큰 눈을 껌뻑입니다.

다시 자막이 나옵니다. “매일같이 무시당하는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어떨지 상상해보세요. 당신이 관심을 갖겠다고 선택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됩니다.” #?FightUnfair?

유니세프가 28일 ‘불공평에 맞서자’(#?FightUnfair?) 캠페인의 일환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 내용입니다. 영상 속 아이는 6살짜리 아역 배우 아나노입니다. 유니세프는 이 영상과 함께 큼지막하게 “모든 어린이에게 공평한 기회를”이라는 구호를 노출했습니다. 유튜브에는 영상 소개 글에 “아나노(6)는 아역 배우다. 그렇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정리하자면 유니세프는 이 영상을 통해 가난한 어린이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꼬집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상을 본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가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어른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세계 아동 인권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유니세프에서 6살짜리 어린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상처를 주는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영상에서도 나타나듯 아나노는 배우이지만, 동시에 아동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인권단체 간사는 이런 의견을 주었습니다. “실험에 등장한 어린이가 아역 배우라고 하고 어린이와 그 부모 모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상하고 시작한 작업일 텐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받게 될 상처는 조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즉, 아나노가 이 상황에 노출된 것이 절차적인 잘못은 없지만 내용적으로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같은 문제의식 때문에 이 영상 대신 인기 가수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부른 ‘이매진’(imagine)을 캠페인 홍보영상으로 대체해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적도 있었습니다. 영상 속 메시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공평한 기회’만 준다고 아이가 처한 가난한 현실이 해결되느냐는 겁니다. 메시지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앞서 구호단체들이 모금활동 홍보물에서 헐벗고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 혹은 비쩍 마른 어머니들의 비참한 상황을 부각하며 대상화하는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를 생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9_남들은 알려주지 않는 브렉시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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