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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52년 전 ‘방관자 효과’, 모티브 사건은 ‘뉴욕타임스’ 왜곡보도

등록 2016-06-30 16:48수정 2016-06-30 20:19

38명이 목격하고 신고 안한 살인 사건
남동생 12년 추적 결과 NYT 왜곡보도
미국서 3일 다큐멘터리 <목격자> 개봉
1964년 3월14일치 <뉴욕타임스> 기사. 28살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살해되는 걸 목격한 37명(이후 38명으로 수정)이 신고도, 돕지도 않았다는 보도로,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지만 남동생 빌 제노비스가 12년간 추적한 결과 왜곡 보도로 드러났다.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목격자>가 미국에서 지난 3일(현지시각) 개봉됐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1964년 3월14일치 <뉴욕타임스> 기사. 28살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살해되는 걸 목격한 37명(이후 38명으로 수정)이 신고도, 돕지도 않았다는 보도로,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지만 남동생 빌 제노비스가 12년간 추적한 결과 왜곡 보도로 드러났다.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목격자>가 미국에서 지난 3일(현지시각) 개봉됐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살인을 본 37명이 경찰에 전화하지 않았다.”(이후 37명을 38명으로 업데이트)

1964년 3월14일 미국 <뉴욕 타임스> 1면 하단에 실린 기사 한 편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날 새벽 3시30분께 약 30여분간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에서 28살의 키티 제노비스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숨졌는데, 이웃 38명이 이를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돕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키티가 처음 공격을 받은 뒤 누군가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라’고 소리쳐 범인 윈스턴 모슬리가 도주했었는데, 그 뒤 아무도 키티를 도우러 나오지 않는 바람에 범인이 다시 나타나 키티를 흉기로 난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 기사는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로 불리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29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 사건 중 하나의 진실을 파헤친 키티의 남동생 빌 제노비스의 인터뷰를 토대로 “모두가 그 사건을 잘못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911 긴급전화가 창설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미국에서만 100여개 교재에 소개될 정도로 수많은 심리·사회학자들이 연구해 온 ‘방관자 효과’의 모티브가 52년 전 <뉴욕 타임스>의 ‘왜곡 보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빌은 2004년부터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고, 그 결과는 ‘반전’이었다. 사람들이 잠든 새벽 3시30분께, 애초 38명이나 되는 목격자는 없었다. 범인이 처음 키티를 흉기로 공격하는 걸 본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를 들은 몇몇 주민들은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최소 2명의 이웃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특히, 소피아 파라르라는 여성은 키티를 도우러 뛰어 내려왔고, 키티가 숨질 때 그녀를 안고 있었다. ‘도시의 무관심’을 주제로 쓰여진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빌은 2004년 다큐멘터리 감독 제임스 솔로몬과 함께 사건 당시 <뉴욕 타임스>의 시티 에디터이자, 마틴 갱스버그 기자가 사건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에이 엠 로젠탈을 인터뷰했다.

로젠탈은 ‘도대체 38명이 어디서 나온 숫자’냐는 빌의 질문에, 조소하듯 답했다. “나는 거기에 38명이 있었다고 신에게 맹세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그곳에 (목격자가) 더 많았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더 적었다고 말한다”며 “무엇이 진실이냐, 전세계 사람들이 그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고 (중략) 나는 그것(보도)이 한 일이 기쁘다.”

미국에서는 지난 3일 이 사건의 진실과 <뉴욕 타임스>의 왜곡 보도를 파헤친 솔로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목격자>가 개봉됐다. 키티가 숨진 지 52년, 빌이 진실을 좇은 지 12년, 사건을 왜곡한 로젠탈이 사망한 지 10년, 범인마저 세상을 떠난 지 두달 만이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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