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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서도 ‘자녀 돌봄비용’ 급증이 중산층 가정 압박

등록 2016-07-04 17:05수정 2016-07-04 17:05

7년간 물가 1.6%씩 오를 때 돌봄비용 2.9%씩
23개주에선 전일제 유치원비>공립대 등록금
지난 2004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유치원에서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인디애나폴리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2004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유치원에서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인디애나폴리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주의 비영리기구에 다니는 직장맘 말키 카코우스키(35)는 최근 직장이 있는 다운타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이사했다. 3살 아들과 돌이 안 된 딸의 ‘돌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카코우스키와 교사 남편의 월급 4분의 1은 두 자녀의 돌봄 비용에 들어가고, 집 월세까지 지불하고 나면 월급 대부분이 날아간다. 카코우스키는 “이사로 한달에 350달러(약 40만원)를 아꼈다”며 “그걸로는 일주일치 데이케어(낮시간 돌봄) 비용도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는 “감사하게도 우리는 식품·의류비 등을 감당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오리건주 캔사스시티에 사는 라토야 칼드웰(33)은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풀 타임으로 웬디스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한다. 월급의 4분의 1은 다섯 자녀 가운데 영유아인 두 아이의 돌봄 비용에 들어간다. 집 월세·공과금·의류비 지출도 어렵고, 때로 아이들을 데이케어 센터에 보내지 못할 때도 있다. 칼드웰은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데이케어 센터에 보내지 못할 땐) 이웃들에게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며 “월급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가능한 일자리는 이런 것(식당 매니저)들 뿐”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 통계를 근거로, 자녀 돌봄 비용의 급증으로 중산층 가계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9년 중반 경기침체가 끝난 이래로 미국의 자녀 돌봄 비용과 유치원 원비는 연평균 2.9%씩 올랐다. 7년간 저유가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1.6% 수준으로 유지된 것에 비하면 돌봄 비용이 유독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미국에서도 자녀 돌봄 비용이 급증한 시기와 실업률 하락 시기가 겹친다. 일자리가 많아져 실업 문제가 해결되면 자녀 양육(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이것이 자녀 양육 비용 증대로 이어져 소득 증대 효과를 상쇄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좌파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의 데이터를 보면, 41개주에서 4살 아이를 전일제 유치원에 보내는 비용은 중위가구 소득의 10%를 초과한다. 23개주에서는 전일제 유치원 원비가 공립대 등록금보다 더 비싸다. 17개주에서는 영아 돌봄 비용이 평균 주거비보다 더 비싸다.

미 농무부의 데이터를 보면, 2013년에 태어난 자녀를 18살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비는 24만5340달러였다. 미국 중위가구 소득의 5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3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18살까지 키우는 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도 22만6108달러가 들어갔다. 자녀 양육비 상승분의 대부분은 돌봄비와 교육비 등이 차지했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자녀를 키우는 나이대에 해당하는 30~49살 미국인 37%는 “편안하게 살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고 응답했다. 전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자녀 양육비 부담에 대한 중산층 가정의 원성이 높아지자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중산층 직장맘들의 표가 절실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자녀 양육 비용을 가구 소득의 10% 이내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을 4살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대학생 부모를 위한 돌봄 장학금 방안 등이 포함됐다. 반면,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감세와 세법 단순화를 통해 중산층 가정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자는 쪽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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