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뉴욕주의 한 거리에서 시민이 ‘포켓몬 고’ 게임을 하고 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실제 사람의 모습 위로 포켓몬 캐릭터가 보인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도 안돼 배수로에 빠져 발가락 뼈가 부러졌어요. 의사 선생님에겐 그냥 강아지랑 산책하다 다쳤다고 했습니다.”
일본 닌텐도사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 ‘포켓몬 고’ 게임을 우선 출시한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 ‘레딧’에는 게임을 경험한 이용자들의 생생한 ‘간증’이 올라왔다. 레딧에는 게임을 하다 배수로 아래로 미끄러져 중상을 입었다는 사연부터 가족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회복했다는 사연까지,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이 이어졌다.
출시된 지 하루만에 다운로드 1억건을 넘어서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증강현실(AR)이 결합된 게임이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화면에 나타나는 포켓몬 캐릭터를 잡을 수 있으며, 아이템은 지도 곳곳에 자리한 ‘포켓스탑’에서 구할 수 있다. 실제 세계와 가상 현실을 조합한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은 12일 전했다.
소매업 종사자들은 ‘포켓몬 고’ 게임을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버몬트주의 한 식당에서는 포켓몬 캐릭터를 찾으러 방문하는 손님에게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와 휴대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냈다. 포켓스탑에서 가까운 애틀랜타의 한 카페는 “희귀한 캐릭터가 카페 근처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디지털 광고를 내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게임이 인기를 끌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볼티모어에서는 ‘포켓몬 고’ 게임을 하던 남성이 무장한 괴한 2명에게 휴대전화와 돈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닉스 경찰은 게임 도중에 다른 사람의 거주 지역에 무단으로 침입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성명을 냈으며, 뉴욕 지하철은 ‘포켓몬을 잡기 위해 지하철 선로 위로 뛰어들지 말라’는 경고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게임 캐릭터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리자 12일 미국 워싱턴에 자리한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나치 피해자들을 기리는 박물관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게임에서 박물관을 제외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포켓몬 고’ 게임의 성공으로 콘솔 게임에 정체되어 있던 닌텐도사가 스마트폰 게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닌텐도 주가는 11일 24.5%, 12일에는 12.73%가 폭등하기도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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