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망명과정 상세보도
태, 골프장서 영 기관원 만나 망명시사
‘평양행 불안’ 아내 동조로 결심굳힌듯
태씨 태운 비행기 전폭기 2대 호위
독일 미공군기지서 서울행 갈아타
태, 골프장서 영 기관원 만나 망명시사
‘평양행 불안’ 아내 동조로 결심굳힌듯
태씨 태운 비행기 전폭기 2대 호위
독일 미공군기지서 서울행 갈아타
지난 17일 국내 입국 사실이 알려진 주영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영국과 미국 정보당국의 협조 아래 독일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근무했던 태영호 공사의 탈북 과정을 상세히 전하며 “태 공사의 망명은 마치 스릴러 소설처럼 긴박했다”고 전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고위 소식통의 말을 빌려, 태 공사의 아내인 오혜선의 귀국에 대한 불안감이 망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태 공사는 망명을 실행하기 약 두 달 전 영국 왓퍼드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처음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평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소식통은 태 공사의 아내인 오혜선 역시 태 공사와 같은 감정을 공유했으며, 이것이 태 공사가 망명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했다.
이로부터 약 2주 뒤 영국 외무부는 태 공사가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보당국에 알렸고, 미국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즉각 여러 기관에 소속된 소수의 정예 요원들을 영국에 보냈다. 신문은 “태 공사는 망명지를 선택할 수 있는 ‘백지수표’가 있었음에도 한국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모든 과정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음에도, 불과 열흘 만에 한국에서도 ‘유럽의 한 국가에서 망명이 긴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한국 입국을 결심한 태 공사는 지난달 평일 오전 아내와 26살, 19살인 두 아들과 함께 영국 옥스퍼드셔의 브라이즈 노턴 공군 기지에서 영국 공군 소속의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 146기를 타고 독일로 향했다. 비행기에는 영국과 미국 외교 관계자 7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3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비행기가 이륙하자, 타이푼 전폭기 2대가 비행기를 호위했다.
비행기가 독일로 향하는 동안 태 공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서한에 사인했으며, 이 서한을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시간 태 공사의 작은아들인 태금혁은 영국의 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 이유를 담은 편지를 썼다. 태금혁은 학교에서 에이(A) 성적을 받는 수재였으며,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태 공사의 가족을 태운 비행기는 이륙한 지 두 시간 만에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 공군기지에 착륙했으며, 태 공사의 가족들은 이 곳에서 다른 항공기로 갈아타고 서울로 향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영국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태 공사가 평양에 돌아가는 것을 포함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아내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망명을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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