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부끄러워서 만일 외국인이 내게 어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6일자 <뉴욕 타임스> 4면, ‘한국인들 비선 조언자에 모욕감 느껴’라는 제목의 기사에 실린 주부 오유정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오씨는 “여지껏 나는 이런 일은 텔레비전 사극에서나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우리나라라고 부르기 부끄럽다”는 손팻말이 서울의 집회에 등장했다고도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 누리꾼들이 ‘국정논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를 두고 신데렐라와 최순실을 합성한 단어 ‘순데렐라’라고 부른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 사건이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적 결말을 맺을 가능성은 적다고 썼다.
8000자가 넘는 장문의 이 기사에서 <뉴욕 타임스>는 1973년 최태민씨의 등장에서부터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 1990년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와 박지만씨가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최태민으로부터 박근혜를 구해달라’며 보냈다는 편지, ‘박 대통령은 최씨의 가족 같아 보였다’고 전한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등 사건 전반을 상세하게 다뤘다. 이 기사는 8일자 국제판에도 게재됐다.
신문은 전날엔 로봇과 같은 모습의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 속 조종석에 앉은 최순실과 이를 발견한 사람이 놀라는 만평을 내보냈다. 그리고 “남한 대통령의 조언자가 체포됐다. 그녀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게 큰 돈을 빼았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3일엔 ‘위기가 퍼지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통해 최순실 사건을 규명해야 하고 박 대통령의 미대로 그것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일 최순실 사태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