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파이낸셜 타임스> 사설. <파이낸셜 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치 아시아판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고 논평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첫 여성 대통령이 샤머니즘적 의식, 광신적 종교집단(cult leader), 제비족과 연관됐다는 충격적 이야기는 정치적 위기에서 나라를 마비시키는 지경으로 변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이 있는 최순실과 관련한 비리 혐의 등으로 탄핵을 당할 처지에 있으며, 박 대통령은 특별검사 조사에 응하겠다고는 했지만 검찰 조사에는 불응하고 있다고 ‘박근혜 스캔들’ 전개 과정을 설명했다.
신문은 미혼인 박 대통령이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한 점을 상기하며,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으니 이 주장을 실현할 좋은 시기가 지금이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은 즉시 검찰 조사에 응해서 한국인들이 ‘샤먼 조언자’라고 부르는 최순실과 관련된 일을 철저히 해명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면 즉시 사임하고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될 지 모르는 (국정) 마비와 정치적 논쟁에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하면 2018년 2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한 해 동안 더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박 대통령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력을 내려놓기를 거부한다면 “다른 측면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국에 측정할 수 없는 해를 끼칠 것이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뒤 첫 결정은 불량 국가(북한)를 어떻게 다루냐일텐데, 한국에서 권력 공백이나 헌법적 위기가 있으면 미국이 오판할 확률이 매우 커진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이 오랜 동맹국이며 아시아 자유 무역을 미국이 지지하는 것이 중대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신문은 박근혜 스캔들이 한국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번 스캔들로) 유발된 한국 사회의 혐오와 당혹감 정도를 볼 때, 박 대통령 이후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국 경제 저변에 깔린 부패와 대기업과 정치인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제동을 걸 큰 힘을 얻을 것이다”고 적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결국 무대를 벗어난다면, 한국이 이번 일로 더욱 견고한 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좋은 근거가 된다”고 적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