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경영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대중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67) 교수를 내정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나바로 교수의 임명을 통해 무역 문제, 특히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서 강경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경제부처 관료들의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차기 행정부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백악관 내에 무역정책을 전담할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으로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경영학 교수를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나바로 교수는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는 무역정책을 개선하고, 외국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선거 전부터 트럼프 캠프의 주요 경제 정책을 조언해 온 나바로 교수는 경제학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차기 행정부 관료로 임명됐다.
<슈퍼파워 중국>,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 등의 대표 저서를 통해 ‘대중 무역 강경론자’로 떠오른 나바로 교수의 핵심 주장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이 자국 수출품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입은 막으면서 미국을 상대로 효과적인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바로 교수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였던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대중 무역을 두고 “역사상 가장 최악의 도둑질”이라고 비판했으며,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왔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징벌적 관세를 비롯한 인위적인 조처를 통해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줄인다면, 미국 물가가 상승해 결국 서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나바로 교수는 그간 경제적 엘리트층이 무시해온 세계화의 폐해에 주목해온 전문가라는 옹호론적 시각도 존재한다.
나바로 교수의 임명으로 트럼프 경제 부처 인사들의 입장 차도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요 경제 정책을 관장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임명자 등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월가 금융인 출신 인사들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역시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의 자유무역 주창자이며, 친중파인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 내정자도 중국과의 원활한 교역을 중시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나바로의 인선이 실제 트럼프가 추구하는 노선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보여주기식 인사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칸 컴퍼니’ 설립자인 칼 아이칸. AFP 연합뉴스
같은 날 규제개혁 특별 고문으로 임명된 칼 아이칸(80) 아이칸 컴퍼니 설립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으로 유명세를 쌓은 ‘기업사냥꾼’이자, 타임워너, 모토로라, 애플, 이베이 등 수많은 대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칸이 기업과 관련된 규제개혁 전반에 관여할 경우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에릭 워커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대변인은 아이칸의 임명을 두고 “트럼프가 워싱턴의 오물을 빼길 원했던 유권자들은 다시 한 번 얼굴에 먹칠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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