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덴마크에서 은신해있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소식에 대해 미국 <시엔엔>(CNN) 방송,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각국 외신들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2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한국 라스푸틴의 딸, 체포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체포된 정유라의 어머니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였으며,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묘사된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레고리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말기 러시아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의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인물로, 외신에서 최순실씨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하는 비유다.
<시엔엔> 방송은 정유라씨에 대한 대학 입시 부정도 자세히 전했다. 이 방송은 “정씨는 서울의 유명 대학인 이화여대 입학과 관련해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며 “입시 부정 스캔들이 드러난 뒤 정씨는 입학 취소를 당했고, 해당 학교의 총장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삼성 그룹은 승마선수인 정유라씨에게 280만유로 규모의 지원금을 보냈고, 이달 초 열린 청문회에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역시 회사 차원에서 정씨에게 승마에 필요한 말을 비롯한 여러 지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씨를 두고 “삼성과 현대, 엘지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에서 지원을 받은 최순실씨의 딸”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현재 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덴마크 변호사 페터 블링켄베르크의 발언을 인용해 “정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변호사는 정씨의 한국 추방을 막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구속 소식도 자세히 전하며 “3일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사를 위해 첫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정씨의 체포 소식을 아시아 부문의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덴마크가 최순실 딸에 대한 한국의 추방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 승마 국가대표인 정씨는 덴마크에 불법체류중이었으며, 추방이 결정될 때까지 구금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던 최순실의 딸로, 이 관계를 이용해 더 나은 실력을 갖춘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국의 명문 대학인 이화여자대학교에 부정 입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덴마크 올보르 법원은 2일 정씨의 구금 기간을 오는 30일 오후 9시까지 4주 연장했으며, 정씨의 변호사는 법원의 연장 결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무부는 2일 오후 7시께 외교부를 통해 긴급인도구속 청구서를 덴마크 외교부로 발송했으며, 외교부 역시 정씨에게 여권반납명령을 내렸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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