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등이 주최한 조기퇴근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남녀 간 임금 불평등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평균 23%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에 대한 여성의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급 나라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컸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파이낸셜 타임스>가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자료를 종합해 조사한 결과, 성 임금 격차는 전세계 평균 23%라고 보도했다. 성 임금 격차는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70년이 지나야 균등해진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한국의 임금 성 격차는 2015년 기준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 가입한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컸다. 이어 2위는 인도 32%, 3위 일본 31%이고, 싱가포르가 3%로 가장 적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고액임금직이나 고위직에 여성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육아 등을 주로 책임지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노동시간이 유연한 직종을 택하고, 이는 고액임금직 등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이전까지 여성들이 임금근로자로 취업하는 비율이 서구에 비해 크게 낮았다가, 2000년대 이후 신규 여성 취업자의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 이미 고위직에 있는 남성들과의 성 임금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는 현상도 더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지난해 20~24살 여성의 임금 격차는 5%에 그쳤으나 35~44살 여성은 16%로 늘어나는 것처럼, 30~40대 여성들은 결혼 이후 육아나 가사 등의 부담을 떠안으면서 고액임금직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았다. 또 유통, 레저 등 저임금 분야에서 여성들이 시간제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금융, 석유 및 가스 등 고임금 분야는 남성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결혼 이후) 가정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여성들이 입는 피해는 남성보다 훨씬 크다”며 “이는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