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찰리 가드가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사진을 부모가 촬영한 모습. 부모는 연명치료를 원하고 있으나, 병원과 영국 고등법원,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모두 찰리의 뇌손상이 회복 불가능하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모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런던/AP 연합뉴스
희소병 아기의 연명치료를 계속하려는 부모와 중단하는 게 맞다는 병원·법원·유럽인권재판소의 대립 국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모의 손을 잡아줬다. 교황청은 애초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치료를 요구하는 여론을 존중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가디언>은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생후 10개월 찰리 가드의 부모는 자녀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교황이 찰리의 사례를 애정과 슬픔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교황은 찰리의 부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찰리의 끝이 올 때까지 옆에서 보살피고 싶어하는 부모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찰리는 보조장치 없이는 자가 호흡을 할 수 없고, 근육 약화와 뇌손상이 수반되는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찰리의 부모는 미국에서 실험적 치료를 받기 위해 8만3000여명한테서 130만파운드(약 19억4천만원)를 모금했지만, 찰리를 치료해온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은 뇌손상이 회복 불가능하다며 치료 중단을 제안했다.
병원은 부모가 치료 중단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영국 고등법원도 찰리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부모의 권리보다 당사자인 자녀의 권리가 우선한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판결했다.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지난달 실험적 치료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바티칸은 지난달 30일 빈첸초 팔리아 교황청 생명학술원 대주교 명의의 성명을 통해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을 사실상 지지한 바 있다. 팔리아 대주교는 당시 “영양분과 수분 제거를 포함해 인간의 생명을 고의로 끝내려는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때로는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2일 버킹엄궁 앞에서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자 교황청이 입장을 수정했다고 분석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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