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시엔엔>(CNN) 로고로 얼굴을 처리한 남자를 때려눕혀 구타하는 패러디 영상을 올려 전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며, 사진은 영상의 한 장면.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엔엔>(CNN) 폭행’ 영상을 처음 만든 누리꾼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다시는 이런 추잡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절절한 사과문을 올렸다. 동영상이 전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시엔엔>이 직접 원작자를 찾아내자 개인신상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공개 사과와 참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여전히 폭력과 편견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누리꾼들 향해 “올리기 전에 (공격받는 대상자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시엔엔>은 5일(현지시각) 누리집에 ‘시엔엔은 어떻게 트럼프 레슬링 움짤(GIF)을 만든 레딧 사용자를 찾았나’라는 기사를 게재해, 원작자를 찾아낸 과정과 원작자가 <시엔엔> 등에 건넨 사과 내용을 공개했다.
원작자는 미국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서 ‘한에이**홀솔로’(HanA**HoleSolo)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누리꾼이었다. 그는 지난 28일 처음으로 레딧에 트럼프가 <시엔엔> 로고로 얼굴을 처리한 남자를 계속 때리는 움짤을 올렸다. <시엔엔>은 이 게시물 이전에 올라온 동종 영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 움짤이 다양한 경로로 퍼져나가면서 동영상으로 편집되고 소리까지 입혀진 끝에 지난 2일 트럼프의 트위트에 게시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한에이**홀솔로’가 레딧에 올린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를 형상화 한 다른 게시물까지 빠르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시엔엔>은 레딧과 페이스북 게시물 등에서 ‘한에이**홀솔로’의 개인정보를 추적해 원작자를 찾아냈다. <시엔엔>은 3일 원작자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원작자는 다음날 레딧에 ‘레딧 이용자와 미디어, 대중에 사과한다는 글을 먼저 올리고 모든 게시물을 삭제한 뒤 <시엔엔>에 전화를 걸었다. <시엔엔>은 “그는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 및 본인과 가족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우려해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가 일반인이고 공개사과를 했다는 점,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고 “소셜미디어에 다시는 이런 추잡한 게시물을 올리지 않겠다”고 말한 점 등을 감안해 실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먼저 자신이 올린 혐오 게시물들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했다. “우선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논란에 휩싸인 레딧 커뮤니티 회원들께 사과드린다. 아울러 인종주의와 편견, 반유대주의 게시물들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며, 지금껏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현실의 나는 미디어에서 나를 묘사한 것 같은 사람이 아니며, 레딧 섹션별 포럼에서 관심을 받으려고 도발적 게시물을 올린 것일 뿐, 내가 게시물에서 말한 혐오스런 일들을 결코 의도하지 않았다.”
그는 레딧에 올린 성명에서 언론을 향한 폭력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 밈(meme·인터넷상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에 글 등을 넣어 다시 퍼뜨리는 것)은 순수하게 풍자로 만들었고, <시엔엔>이나 다른 언론사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썼다. “나는 누군가 그것을 가져가 소리를 입히고 대통령의 트위터에 게시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트위트 한 것은 원래 내가 여기(레딧)에 올린 게시물이 아니며, 어딘가로 파일이 옮겨져 소리가 더해졌고 그 후에 트위터로 보내졌다. 나는 언론인 커뮤니티를 존경하고 언론인들은 매일 뉴스를 보도할 때마다 위협을 무릅쓴다.”
그는 <시엔엔>에 “내 성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게 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며 “익명의 동료 게시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재미로 (특정인에 대한) 트롤링(인터넷에서 공격적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을 올리는 사람들은, 당신의 말이나 행동들에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것과 (트롤링을 보고) 화나거나 분노하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라.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입장을 바꿔보라. 만일 당신한테 트롤링을 올리는 문제가 있다면,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중독이다. 트롤링은 광범위한 대중을 대상으로한 괴롭힘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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