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16통’ 러 스캔들 새 국면으로
트럼프 장남, 러 인사와 메일
“클린턴 범죄혐의 씌울 고급정보
러 정부서 지원” 폭발적 제안받아
수용뒤 작년 6월 러 변호사 회동
러 접촉 없었다 주장 ‘거짓’ 드러나
‘미 대선개입 유도’ 유력 증거로
‘트럼프 몰랐나’ 파문 정점 치달아
트럼프 장남, 러 인사와 메일
“클린턴 범죄혐의 씌울 고급정보
러 정부서 지원” 폭발적 제안받아
수용뒤 작년 6월 러 변호사 회동
러 접촉 없었다 주장 ‘거짓’ 드러나
‘미 대선개입 유도’ 유력 증거로
‘트럼프 몰랐나’ 파문 정점 치달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열흘 만인 2016년 6월3일 오전 10시36분.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 가수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담당자인 롭 골드스톤한테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힐러리(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와 힐러리-러시아의 거래에 범죄 혐의를 씌울 수 있는 공식 문서와 정보를 건네겠다. (중략) 분명히 매우 민감한 고급 정보이며, 트럼프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메일을 받은 지 17분 만에 “당신이 말한 게 맞다면 여름쯤에 특히 좋을 것 같다”며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2016년 6월9일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25층 사무실에서 골드스톤한테 “러시아 정부 변호사”라고 소개받은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를 만났다.
트럼프 주니어가 11일 <뉴욕 타임스>의 압박에 등떠밀려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이메일 내용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3일부터 6월8일까지 자신과 골드스톤 사이에 오간 16통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완벽하고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서” 이메일을 공개한다고 했으나, 여태껏 공개된 ‘러시아 게이트’의 다른 정황이나 자료들보다 구체적이어서 사건의 새 국면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해커들이 대선 당시 민주당전국위원회 이메일을 해킹해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폭로한 사실은 계속 논란이 됐으나, 러시아와 트럼프 쪽의 ‘공모’를 밝혀줄 물증은 확인된 바 없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그동안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부인으로 일관해온 트럼프 대통령 쪽의 주장과 배치되는 폭발력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우선 트럼프 쪽이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최소한 클린턴을 끌어내리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적대적 국가인 러시아와 함께 일을 도모하려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오히려 유도했다며 사안을 ‘반역죄’로까지 확대할 모양새다. 클린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였던 팀 케인 상원의원은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수사 내용상 러시아 스캔들은 이제 단순한 사법방해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위증과 허위 진술, 심지어 반역 혐의로까지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러시아 쪽과 접촉하지 않았다는 트럼프 쪽의 주장도 사실상 거짓말로 굳어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메일에서 매제 재러드 쿠슈너(백악관 선임고문) 및 폴 매너포트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의 동석을 언급했고, 실제로 두 사람도 베셀니츠카야를 함께 만났다는 점에서 트럼프 캠프의 최고위 인사들의 개입 정황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트위터에 “이 사안은 흑과 백처럼 아주 명백한 사안이다. 최고위층의 트럼프 쪽 인사들은 러시아가 트럼프를 도우려 애쓰는 것을 알고 있었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환영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접촉을 정말 몰랐는지 여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골드스톤은 이메일에서 “로나(트럼프의 오랜 비서 로나 그래프)를 통해 당신의 아버지(트럼프)한테도 이 정보를 보낼 수 있지만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당신한테 먼저 보낸다”고 적었다. 해당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한테도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클린턴 캠프의 대변인이었던 브라이언 팰런 역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런 일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트럼프 책임론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트럼프 주니어는 <폭스 뉴스>에 출연해 의혹 확산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그날 만남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말할 게 없었다”며 “돌이켜보면 나는 일을 조금 다르게 해야 했다”고 밝혔다. 정작 베셀니츠카야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문제만 얘기해 실망스러운 만남이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