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05년 10월 바티칸에서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소년 성가대의 콘서트에 참여한 모습. 베네딕토 전 교황의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 신부가 이끌던 이 성가대 학교에서 지난 60여년간 547명이 사제와 교사들한테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형이 이끌던 독일 성가대 학교에서 과거 50여년간 소년 547명이 사제와 교사들한테 신체적 학대와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중간발표 당시 피해자는 231명이었는데 추가 조사 과정에서 크게 늘었다.
<슈피겔> 등 외신은 18일 독일 남동부 레겐스부르크의 돔슈파첸 소년 성가대에서 1945년부터 90년대 초반 사이에 최소 547명이 구타 등 신체적 학대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조사를 진행한 울리히 베버 변호사는 과거 재학생 전부를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는 최대 7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최종 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에 학교 관계자들이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 가해자로 지목된 49명의 학교 관계자에는 사제, 교사, 행정직원 등이 포함돼 있다. 547명 중 500명이 신체적 괴롭힘을 당했고 67명은 성적 학대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가해자는 모두 9명으로 확인됐으며,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들은 1960~70년대에 이 기숙학교에서 생활한 당시 9~11살 소년이다. 이 학교는 피해자들한테 1인당 5000~2만유로(약 647만~2591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했다. 피해자들은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진 게 다행이라고 했지만, 피해자들 가운데 한 명인 우도 카이저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도둑맞은 소년 시절을 회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베버 변호사한테 성가대 학교 시절을 “감옥, 지옥, 포로수용소”로 언급하면서 “공포, 폭력, 무기력으로 점철된 생애 최악의 시기”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난 사례들이라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1000년 역사의 이 성가대 학교에서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93) 신부가 1964년부터 94년까지 30년간 성가대 지휘를 맡았다. 라칭거 신부는 가끔 소년들을 때린 적은 있지만 멍이 들도록 구타한 적은 없고, 가톨릭에서 체벌을 금지한 1980년 이후엔 이를 중단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성적 학대는)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며 재임 기간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가톨릭에 만연한 ‘침묵의 문화’가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레겐스부르크 성가대의 학대 문제가 제기된 것도 2010년이 돼서다. 카이저는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모두 내가 30년간 말해왔던 건데 (그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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