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비정부기구 단체 연합체인 핵무기폐지국제운동(ICAN)의 회원들이 이 단체의 본부가 있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6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이 사무총장인 베아트리스 핀. 제네바/EPA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전세계 핵무기 폐지를 목표로 하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연합체인 핵무기폐지국제운동(ICAN)이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자 당혹해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 피해를 입은 국가이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 우산’에 의존하고 있어 지난 7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협약에 반대표를 던졌다.
일본 정부는 핵무기폐지국제운동 노벨평화상 수상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7일 오전까지도 정부 차원의 공식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개인 트위터에 핵무기폐지국제운동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 채 “계속해서 핵보유국을 포함한 핵군축과 핵 비확산을 추진하겠다”고만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번 수상을 환영하고 정부에 핵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 ‘피스 보트’의 공동대표이며 핵무기폐지국제운동의 국제운영위원인 가와사키 아키라는 6일 핵무기폐지국제운동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서 “핵무기 폐지를 호소한 모든 사람에게 수여된 상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자들에게 준 상이다”며 핵무기금지협약에 일본 정부도 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핵무기폐지국제운동이 핵무기금지협약 추진 운동을 할 때 일본의 피폭자들도 활약했다. 베아트리스 핀 핵무기국제운동 사무총장은 50개국이 핵무기 금지협약에 서명한 지난달 20일 “(일본 피폭자들이) 해준 증언과 노력 그리고 협약 실현을 위한 여러 공헌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 거주 중이며 고등학생일 때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사로 세쓰코는 자신의 피폭 경험을 세계 곳곳에 이야기하면서, 일본도 핵무기금지협약에 참가하라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핵무기금지협약 찬성으로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는 최근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금지협약에 반대하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8월9일 피폭지인 나가사키에서 피폭자 단체와 면담을 했을 때 핵무기금지협약 참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협약이)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에 차이를 깊게 해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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