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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카탈루냐·쿠르드는 왜 ‘독립’ 일보 전진하려다 이보 후퇴했나?

등록 2017-10-30 17:31수정 2017-10-30 20:59

카탈루냐 독립반대 시민들 “해임된 푸지데몬 수반 투옥하라”
분리독립 투표 강행 바르자니 쿠르드 수반은 12년 만에 사임
내부분열·중앙정부 강공에 국제사회 외면 ‘독립불가’ 3요소
29일(현지시각) 카탈루냐 제1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스페인 국기와 카탈루냐기를 함께 흔들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30만명 이상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투옥하라는 요구가 흘러나왔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각) 카탈루냐 제1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스페인 국기와 카탈루냐기를 함께 흔들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30만명 이상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투옥하라는 요구가 흘러나왔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일방적 독립 선언으로 독립한 동티모르(2002년)와 코소보(2010년) 등 신생 독립국가는 폭력과 피를 제물로 태어났다. 최근 한 달 사이 카탈루냐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무기로 평화적인 독립 협상을 시도했으나 일보 전진은커녕 기존의 자치권과 영토마저 빼앗기는 이보 후퇴 위기에 놓였다. 내부 분열과 예상보다 강경한 중앙정부의 대응, 국제사회의 외면까지, 신생 독립국으로 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기엔 자치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다.

29일 카탈루냐 최대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중앙정부에 의해 해임된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을 “투옥하라”는 함성이 울려퍼졌다. 30만명 이상의 카탈루냐 시민이 오히려 스페인 검찰에 푸지데몬을 반역죄로 기소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카탈루냐 제1야당은 “침묵하던 다수”가 이제서야 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폭넓은 자치권을 누리며 부유하게 살아온 카탈루냐 중산층 다수가 중앙정부와 유럽연합(EU)의 봉쇄와 탄압, 자본의 대량 이탈, 삶의 질 저하 등 ‘독립에 따른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이 사임한 29일(현지시각)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의 자치의회 건물에 쿠르드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아르빌/AFP 연합뉴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이 사임한 29일(현지시각)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의 자치의회 건물에 쿠르드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아르빌/AFP 연합뉴스
지난 16일 쿠르드 자치정부가 맥없이 이라크 정부군에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내준 것 역시 내부 종족·정파 분열의 영향이 컸다.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이 9월25일 밀어붙인 분리독립 투표에서 93%가 독립에 찬성했다. 그러나 자치정부 안에서는 집권 쿠르드민주당(KDP)과 야권 쿠르드애국동맹(PUK)의 정파 갈등이 곪아 있었고,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드·투르크·아랍계의 종족 분열이 깊었다. 투르크·아랍계,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가 중 쿠르드애국동맹 계열 군사들은 바르자니가 아닌 이라크 정부군을 택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스페인과 이라크 중앙정부가 타협보다 물리력을 앞세워 강공에 나선 것도 ‘독립 사태’의 불길을 빠르게 차단하는 구실을 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푸지데몬 수반이 주민투표를 지렛대 삼아 중앙정부와 자치권 확대 협상에 나서리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사상 초유의 헌법 제155조 발동을 카드로 던지며, 카탈루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선거를 치르라며 되치기를 했다. 결국 사면초가에 빠진 자치의회가 독립을 승인하자, 라호이 총리는 곧바로 스페인 상원을 동원해 자치권 몰수에 돌입하고 12월21일 조기 선거 방침을 공표했다.

지난 3년간 쿠르드족이 이라크 북부에서 이슬람국가(IS)를 막아내는 내내 무기력했던 이라크 역시, 막상 쿠르드족이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라크 원유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키르쿠크를 접수했다. 바르자니는 29일 사임 뒤 성명에서 “현 상황은 독립투표 탓이 아니며, 중앙정부가 (투표를)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키르쿠크 접수)의 핑계로 삼았을 뿐”이라며 “투표 즉시 독립 선언을 하는 게 아니라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항변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
1933년 체결된 ‘국가들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몬테비데오 협약’을 보면, 독립국가로 인정받으려면 인구·영토·정부 이외에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외교 능력이라는 4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는 뜻인데, 국제사회가 독립을 열망하는 자치정부를 냉정하게 외면해온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83년 키프로스 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은 여전히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인정을 못 받는다.

이번에도 유럽연합과 미국은 일제히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고 스페인 정부를 지지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와 벨기에 플랑드르 등 유럽의 다른 지역까지 분리독립 바람이 불 것을 우려한 조처다. 쿠르드 역시 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해 손잡았던 미국과 인접국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라크의 정정 불안을 원하지 않는 국제사회는 공식적으로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며 사태를 관망했다. 바르자니 수반은 29일 “미국이 테러분자로 지정한 세력(시아파 민병대)이 미제 탱크로 우리를 공격하는 데 놀랐다. 미국이 알고 있었는지, 왜 저지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미국을 향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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