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직원, 트럼프 계정 고의로 ‘셧 다운’

트위터 쪽 당초 “직원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근무 마지막이던 직원이 고의로” 해명 번복
트위터 ‘허술한 내부 보안’에 불안감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트위터 계정 화면 갈무리.

‘죄송합니다. 해당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트위터 직원이 2일(현지시각) 오후 7시께부터 11분 동안 고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트위터 계정인 ‘@리얼도널드트럼프(@realDonaldTrump)'에 이런 문구를 띄워 ‘셧 다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트위터는 2일 처음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직원의 실수로 트럼프 대통령 계정이 의도하지 않게 비활성화됐다”며 “그 계정은 11분동안 다운되었고, 이후 복구됐다. 우리는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마치 헤프닝이었던 것 처럼 해명한 바 있다.

불과 두 시간 뒤인 2일 밤 트위터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트위터는 “기초 조사를 통해 이날이 마지막 근무였던 트위터 고객 지원 직원이 그 계정을 비활성화 한 것이 드러났다”며 “철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쪽은 해당 직원이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계정에 접근할 수 있었는 지 등 추가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위터에서는 “트럼프 트위터를 셧 다운시킨 트위터 직원에게: 당신은 미국인들이 11분간 더 나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나에게 답장을 보내면 내가 피자헛 피자를 쏘겠다”(@tedlieu) 등 직원이 벌인 행동에 환호하는 글이 넘쳤다.

하지만 “심각하게, 만일 이 사람이 (트럼프 계정에) 북한에 대한 가짜 핵공격 트윗을 올렸으면 어떻게 됐겠느냐?”(@blakehounshell)며 우려를 표명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과 정치인 등 주요 인물이 ‘스피커’로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지만, 트위터의 보안 조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얼마나 많은 트위터 직원이 대통령 등 주요 인물의 트위터 계정을 셧 다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트위터 직원은 디지털 뉴스 사이트 <버즈피드>에 “많은 트위터 직원들이 사용자의 계정을 서비스 중단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저명인사인 사용자들의 계정을 특별히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 트위터 내부에서 일부 토론이 있었으나, 추가적인 조처가 시행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 3월부터 이 계정을 사용해왔다. 지금까지 3만6000번 이상 글을 올렸고, 4170만명의 팔로워를 두고 있다. 특히 새벽 시간대 ‘폭풍 트윗’으로 정책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 계정이 복구된 뒤에도 공화당 감세안 등에 관한 트윗 5개를 올렸다.

전정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