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튜브에서 2011년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예멘계 미국인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아울라키를 검색한 화면. 사진출처: 유튜브 갈무리
구글이 ‘지하디스트의 영적 지도자’인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아울라키의 유튜브 설교 영상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여론의 압박에 밀려 동참한 대테러 캠페인의 상징적 조처로, 구글이 특정 개인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영상을 삭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이 13일 보도했다.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이며 이슬람국가(IS)에도 큰 영향을 미친 아울라키는 2011년 9월 부모의 고향인 예멘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폭사했으나 그의 설교 영상은 살아남았다. 특히 미국에서 나고 자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아울라키는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튜브 성직자’로 여전히 건재하다. 그는 2002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뒤 미국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며 서방의 젊은 무슬림들을 급진주의로 인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를 “미국인 테러리스트 세대를 키운 지하디스트 선동가”로 소개했다. 대표적으로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범 차르나예프 형제와 2016년 올랜도 총격범 오마르 마틴이 아울라키의 영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까지도 유튜브에서 아울라키를 검색하면 약 7만개의 동영상이 떴으나, 지난 12일에는 1만8600개로 줄었다고 전했다. 대부분은 설교 영상이 아니라 그의 삶과 죽음, 드론 공격의 불법성에 대한 뉴스 리포트다. 구글은 2010년 서방 무슬림들에게 중동 지하드에 합류하거나 거주국에서 테러를 저지르도록 부추기는 12초 분량의 ‘성전 촉구’ 영상을 삭제하기로 했으나, 이는 지난해까지도 유튜브에 남아있었다. 구글은 이번엔 비디오 지문인식 기술을 이용해 영상을 자동 삭제한다고 설명했다.
구글 등은 게시물 내용에 책임이 없는 중립적 플랫폼이라는 주장으로 테러 관련 게시물 삭제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이슬람국가가 트위터로 전투원을 모집한 2014년 이후 테러 관련 콘텐츠를 조금씩 규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는 지난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활용된 사실을 인정했고, 지난 6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콘텐츠 관리에 주의하겠다며 백기 투항한 바 있다.
연구기관인 ‘대테러리즘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아울라키의 영상 삭제를 촉구해왔다. 외교관 출신인 이 기관의 마크 월러스 사무총장은 “사이버 지하드의 무분별한 확산을 그대로 둘지(또는 규제할지)와 관련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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