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본소득 실험중] ④ 미국
와이콤비네이터, 기본소득 본실험
‘중위소득 넘지 않는 개인’에 한정
“선진국 중산층 기본소득 실험” 의미
와이콤비네이터, 기본소득 본실험
‘중위소득 넘지 않는 개인’에 한정
“선진국 중산층 기본소득 실험” 의미
와이콤비네이터 연구소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100여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본실험을 설계했는데, 책임 연구자인 엘리자베스 로즈가 9월25일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2018년 상반기부터 2개 주에서 무작위로 실험집단 1000명, 통제집단 2000명 등 3000명을 선정한다. 시작 시점은 예산에 달렸는데, 총 6000만달러(약 660억원) 중 11월 초까지 2000만달러 가까이 모금됐다. 실험집단 1000명 중 900명은 매달 1000달러(약 110만원)를 3년간, 100명은 같은 금액을 5년간 보장받는다.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통제집단한테는 조사 참여를 유도하려고 1800명에게 3년간, 200명에게 5년간 월 50달러를 제공한다.
기본소득은 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조건 없이 현금 소득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하지만 와이콤비네이터는 몇 가지 특징적인 설계 변경을 거쳤다. 우선 연령을 21~40살로 제한했다. 소득은 ‘등록 전년도 가구 총소득이 거주 카운티의 중위소득을 초과하지 않는 개인’으로 한정했다. 로즈 박사는 연령 제한과 관련해 “나이대별로 기본소득 효과가 다를 텐데, 자녀를 뒀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소득 제한에 대해선 “고소득자들이 받는 기본소득은 (향후 기본소득이 정책화됐을 때)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으로 환수될 수 있고, 기본소득의 한계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으며, 자칫 효과를 과소평가하도록 연구 결과를 이끌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는 “소득 제한을 뒀으나 중위소득 가구의 일하는 사람들한테까지 기본소득을 준다는 면에서, 저소득층으로만 제한한 캐나다와 핀란드에 비해 좀더 기본소득의 정신에 가까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본실험 참가자를 무작위로 선정하지만 그 전에 모집단은 전략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른바 ‘층화 무작위 표본추출’이다. 표본이 특정 인구집단에 쏠리는 현상 없이 여러 차원에서 대표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백인·흑인·히스패닉이 각각 최소 20% 포함되도록 했다. 소득수준은 상(중위소득의 67%~중위소득)은 최대 15%, 중(중위소득의 33~66%)은 최소 30%, 하(0~중위소득의 33%)도 최소 30%를 포함할 계획이다.
기본소득 사용처에는 조건이 붙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콘텍스트에서 조건이 붙지 않는 돈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번 연구의 핵심 질문이기도 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기본소득이 △노동·교육·자녀·공동체생활 시간 활용 △심신 건강 △재정 건전성 △정치·사회적 입장 변화 △친구와 가족을 돕는 등의 네트워크 확산 효과 △자녀 학업 성취도와 진학률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한 사회과학적 방법을 통해 종합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리스본/글·사진 전정윤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지원사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가 지난 9월2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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