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버스정류장 테러범 아카예드 울라. AFP 연합뉴스
월요일 아침 출근길, 가장 붐비는 미국 뉴욕의 버스 정류장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시도한 방글라데시 출신 테러범이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 일련의 사태를 범행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해 국제적인 논란을 촉발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이민개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했다며, 의회에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 <시엔엔>(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각) 체포된 아카예드 울라(27)가 조사관들에게 “최근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조처로 인한 분노 때문에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감행했고, 총과 고무총·최루탄을 사용해 팔레스타인 시위를 저지하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울라가 미국이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한 데 대한 보복으로 테러 공격을 기획했다고 다른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11일 오전 자살폭탄 테러 공격 시도가 있었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포트 오소리티 버스정류장에서 행인들이 오가는 가운데 경찰과 방위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뉴욕/ UPI 연합뉴스
울라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타임 스퀘어 인근 맨해튼 42번가 포트 오소리티 버스터미널에서 직접 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이프 폭탄’을 찍찍이와 테이프 등으로 몸에 붙인 채 자살폭탄 공격을 시도하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대형참사로 번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폭발물 성능이 낮고 부분적으로만 폭발해 울라 본인이 크게 다치고 행인 5명이 경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선에서 큰 화를 면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크리스마스 포스터를 보고 범행 장소를 골랐다고 진술했다. 포스터를 보고 지난해 12명의 사상자를 낸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테러 공격이 떠올랐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와 <시엔엔>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울라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2011년 F-43 가족 이민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현재 브루클린의 한 건물 지하에 살고 있으며 윗층에는 형제자매가 살고 있다. 타일러 홀튼 국토안보부 대변인이 “울라는 현재 합법적인 영주권자”라고 밝혔다. 울라는 방글라데시나 미국에서 범죄 전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라가 테러 단체와 연계됐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으나, 조사 과정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스스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용의자가 정교한 네트워크의 일부는 아니다”라면서 ”IS나 다른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이민자와 이민법 탓으로 돌리며,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반이민 개혁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트럼프는 “내가 대선 입후보 이래 가장 먼저 최우선으로 했던 말은 미국의 느슨한 이민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민개혁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특히 “오늘 테러 용의자는 가족 연계 이민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왔고 이는 국가 안보와 양립할 수 없다”며 “의회는 연계 이민을 끝내야 하며, 국내 안보를 향상시키려는 내 행정부의 다른 제안들도 통과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슬람 6개국 및 북한·베네수엘라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한 자신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 “이민체계 보호를 위한 한 단계 진전”이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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