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25일 핵과학자회가 지난해보다 30초 앞당겨진 2018 지구종말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이하 종말시계)가 미국과 옛 소련의 첫 수소폭탄 실험이 있었던 1953년 이후 종말에 가장 가까워졌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노선 및 기후변화 등이 인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우려다.
핵과학자회(BAS)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상이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며 “종말시계 분침이 밤 11시58분으로, 자정(종말) 2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밤 11시57분30초에서 30초 앞당겨졌다.
핵과학자회는 “2017년 세계 지도자들은 핵전쟁과 기후변화의 무시무시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실패했고, 세계 안보 상황을 1년 전보다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우려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과학자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 남중국해 충돌 위기, 파키스탄과 인도의 핵무기,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주요 위험 요소로 언급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과 북한의 과장된 수사와 도발적인 행동들이 오판이나 사고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고받은 거친 수사를 우려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에 닿을 수 있는 수소폭탄 개발에서 빠른 진전을 이룬 것 같다”며 큰 위험 요인으로 평가했다.
종말시계는 인류에 의한 지구 종말 위기 수준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1947년 고안했다. 매년 전 세계 물리·환경 분야 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발표한다. 분침은 핵무기 보유국 행보와 핵실험, 핵협상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2007년부터 지구온난화를 변수로 고려한다.
첫해 자정 7분 전인 11시53분으로 설정됐고, 미국과 소련이 6개월 간격으로 수소폭탄 실험을 한 1953년 올해와 같은 11시58분을 가리킨 적이 있다. 소련이 첫 핵실험을 한 1949년, 냉전이 악화됐던 1984년, 기후변화와 핵 우려가 컸던 2015년에 11시57분이었다. 지난해엔 기후변화로 인해 11시57분30초로 종말에 한층 가까워졌다. 반면 미·소 냉전이 종식된 1991년엔 자정 17분 전인 11시43분으로 조정된 바 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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