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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신냉전? 냉전 2.0?, 혹은 중-러의 전략적 동반 강화?

등록 2018-03-19 17:16수정 2018-03-19 20:48

중 시진핑, 러 푸틴 권력 강화…신냉전 강화 경고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부상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냉전 종식 후 다자 협력 질서 입지 좁아지고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대선 투표가 끝난 뒤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대중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대선 투표가 끝난 뒤 열린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 대중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중국에서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개헌으로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을 확정한 데 이어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선 압승으로 4선이 현실화됐다. 서방에서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에서 지도자의 권력이 더욱 강화되면서, ‘스트롱맨’들이 주도하는 동서 진영의 대결 격화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18일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99.8%의 개표 상태에서 76.7%의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러시아 중앙선관위가 19일 발표했다. 투표율은 67%로 애초 목표인 70%에 못 미쳤으나, 득표율은 2012년 대선 때의 64%에 비해 약 13%포인트 올랐다.

푸틴의 압도적인 4선 성공의 배경엔 그가 주도해온 러시아 국가주의 강화가 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국가적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진 1999년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푸틴은 그동안 국내 질서를 회복하는 한편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푸틴 치하에서 러시아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은 것이지만, 푸틴 특유의 국정 장악력과 이에 바탕한 러시아 민족주의, 국가주의 고취도 큰 몫을 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미국 내 논란이나, 러시아 출신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으로 인한 영국의 제재가 푸틴의 선거운동에 오히려 일등공신이 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4번째로 대통령에 취임하는 푸틴의 기세는 국제 정세, 특히, 미-중-러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집권한 이후 세 나라의 관계는 ‘미국에 대항한 중-러 협력’으로 규정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반미 중-러 연대’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장기 집권의 문을 열자마자 서로 가장 먼저 상대를 축하하고 관계 강화를 다짐했다. 시 주석은 19일 푸틴의 압승이 발표되자마자 축전을 보내 “중-러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노력해 중-러 관계가 높은 수준에서 새로운 단계에 오르도록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도 지난 17일 시 주석의 연임에 “중-러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가 중러 양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유라시아대륙과 전 세계의 안전과 안정을 촉진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푸틴과 시진핑이 언급한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는 미-중 관계의 공식적 호칭이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중-러 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기 위해 서로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으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강화됐으나,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으로 이를 무력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대 자원인 석유 등 에너지 판로를 중국 쪽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강화돼온 미국의 포위 압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주요국에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 등장과 권력 강화는 ‘신냉전’ 혹은 ‘냉전 2.0’ 시대를 부르고 있다는 진단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스티븐 월츠 하버드대 교수는 <포린폴리시>에 ‘나는 냉전을 안다. 이건 냉전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현 상황은 전 세계적인 대결을 벌이는 양대 강국의 패권 다툼인 냉전으로 규정할 수 없다며 미-러의 주변적 이익 충돌을 미국이 제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러의 대립을 과장한다면 미국에게는 더 큰 도전인 중국의 부상을 간과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신냉전보다는 ‘비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강화 추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우파 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으로 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의 기존 패권 질서가 쇠락하고, 비자유주의적 패권이 부상하고 있다고 배리 포센 매사추세츠공대 교수가 최근 <포린 어페어스>의 기고에서 지적했다.

이런 비자유주의적 패권 질서 추구는 국내 지지층 달래기에 먼저 방점을 찍는 국가주의적 접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나 유럽의 극우파 부상도 자유주의의 퇴조와 국가주의의 득세를 알리고 있다.

비서방 진영의 대표 국가들인 러시아와 중국에서 푸틴과 시진핑의 권력 연장과 강화는 비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강화를 더욱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가 모색했던 다자간 협력 질서나 다자적 국제 체제는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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