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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시리아 용병’ 폭로한 러시아 기자, 자택에서 의문의 추락사

등록 2018-04-16 16:24수정 2018-04-16 20:45

“무장 남성들이 발코니에 있다” 친구에 전화 뒤
발코니서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사망
‘2017 세계 언론자유지수’ 러시아 148위
막심 보로딘. 사진출처: 페이스북
막심 보로딘. 사진출처: 페이스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숨기고 있는 ‘시리아 용병 파병’ 문제를 파헤친 러시아 기자가 자택 발코니에서 추락사했다. 숨지기 전 친구에게 보안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전화를 하는 등 단순 자살이나 추락사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확인돼 ‘의문사’ 의혹이 일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 온라인 매체 <노비 덴> 기자인 막심 보로딘(32)이 15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서 900마일(약 1448㎞)떨어진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아파트 5층에 사는 보로딘 기자는 지난 12일 발코니 아래로 떨어진 채 의식불명 상태로 이웃에게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자택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며 사인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노비 덴> 편집장 폴리나 루미얀체바가 “막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리라 믿지 않는다”고 밝히고, 친구 뱌체슬라프 바슈코프도 ‘마지막 통화’를 근거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바슈코프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을 보면, 보로딘은 12일 새벽 5시 바슈코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놀란 목소리였으나, 신경질적이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보로딘은 근심스런 목소리로 “보안 당국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무장한 남성들이 발코니에 있다”거나 “마스크를 쓴 채 위장한 사람들이 계단에 있다”고도 얘기했다. 전화를 끊은 지 한 시간 뒤 보로딘은 다시 전화를 걸어 “실수였다”며 “(집 근처에서) 훈련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바슈코프는 “막심은 최단시간 안에 (밖에 있는) 그들이 들어올 거라고 여겼다. 그들은 법원의 영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막심은 변호사가 필요해서 나한테 전화를 걸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카테린부르크의 모든 공인들은 막심이 정직하고 원칙에 입각한, 끝까지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인이라는 걸 안다”며 “그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모든 버전의 비극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민간군사회사 ‘와그너 그룹’을 통해 용병 2500명을 시리아에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푸틴의 요리사’로도 알려진 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친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지난 2월 미국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미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한 러시아인 13명 중 한명이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파견된 지상군이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용병 파견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지난 2월 미군 주도 동맹군이 시리아 동부 데이에르조르를 공습했을 때 시리아 친정부군이 100~200여명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대부분이 러시아 용병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보로딘은 지난달 러시아 용병으로 추정되는 주검이 인근 마을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전세계적으로 언론 탄압 국가로 분류된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7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148위를 기록할 정도다. 야권지도자와 전직 정보요원은 물론, 푸틴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인이 의문사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 2006년 10월에는 체첸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군의 민간인 인권유린을 보도한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 기자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자택 엘리베이터 안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2004년에는 러시아 정·재계 유착 범죄 기사를 썼던 <포브스> 모스크바 지국장 폴 흘레브니코프가 괴한에 총격 피살당했다. 국제 비정부단체인 기자보호위원회(CPJ) 자료를 보면, 1992년~2016년 1월 러시아에서 목숨을 잃은 기자가 56명에 달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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