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의 스타매장 앞에서 종파를 초월한 종교지도자들이 무고한 흑인 남성 고객의 체포에 항의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소셜미디어를 도배하는 ‘스타벅스 인종차별’ 논란에 스타벅스가 마침내 심각성을 깨닫고 가시적인 조처에 나섰다. 지난주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무고한 흑인 남성 두 명이 매장 매니저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 뒤 후폭풍이 거세자, 반나절간 미국 전체 매장을 일시 폐쇄하고 직원 교육을 시키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5월29일 오후 미국 전역 매장 8000여곳의 문을 닫고 17만5000여명의 직원들에게 인종 편견과 관련한 교육을 받게 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는 성명에서 “나는 지난 며칠간 필라델피아에서 지도자 그룹과 함께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잘못을 시정하려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설명했다.
지난주에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한 흑인 남성들은 직원에게 화장실 사용법을 문의했다. 직원은 주문한 고객들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고, 흑인 남성들은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었다. 매장 매니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흑인 남성들을 체포했고, 뒤늦게 도착한 백인 일행이 “완전한 차별”이라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당시 상황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1000만번 이상 조횟수를 기록하는 분노를 촉발했다. 흑인 고객들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스타벅스는 “해당 직원이 더 이상 스타벅스에서 일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종파를 초월한 종교 지도자들이 이 매장 앞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했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자, 존슨 최고경영자가 필라델피아로 날아가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했다.
스타벅스가 반나절 문을 닫을 경우 예상 손실액은 2000만달러(약 213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오지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 쪽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을 비롯한 시민권 전문가들에 의뢰해 인종차별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다른 회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사건 이후 지난 1월 캘리포니아에서 촬영된 페이스북 비디오가 다시 조명을 받았다. 영상 속에서 주문하지 않은 흑인 남성은 화장실 사용을 거부당했고, 똑같이 주문하지 않은 백인 남성은 직원의 안내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2014년 1월에는 애틀랜타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이 한국인 손님에게 ‘찢어진 눈’을 그린 컵으로 음료를 제공해 동양인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타벅스 논란은 인종차별과 관련한 미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일깨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사건은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처럼 미국의 공공 장소에서 일어나는 가장 일상적인 활동에도 만연한 편견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의 2017년 통계를 보면, 필라델피아에서 흑인 인구는 3%에 불과하지만 경찰 불심검문 대상자의 67%가 흑인이었고 대부분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상업시설 무단 침입과 관련한 체포에서 유사한 인종 불균형이 전국적으로 나타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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