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8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오는 6월24일 조기 대선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터키가 대선과 총선을 1년 반 앞당겨 오는 6월24일 조기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인플레이션과 터키리라화 급락 등 경제 위기 우려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을 위해 선거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연정 파트너인 민족주의행동당(MHP)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와 회담한 뒤 조기 선거 일정을 발표했다. 전날 바흐첼리 대표는 내년 11월로 예정된 선거를 올해 8월로 앞당기자고 제안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 등으로 인해 터키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선거 이슈는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하고, 거시경제 균형이나 대형 투자 같은 중요한 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터키는 지난해 4월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51%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에게 부통령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고위 판·검사 인사권을 통해 사법부 지배력도 키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6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헌법 적용으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은 대통령이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애초 예정된 일정대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선호했으나, 최근 경기침체 우려 속에 마음을 바꿨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2002년부터 터키를 이끌어온 그는 5년 더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 지난 1월 시리아의 쿠르드족 도시 아프린에 대한 군사 작전으로 높아진 인기가 식기 전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다급함이 반영됐다.
터키는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 실패 이래 국가비상사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날 의회가 또 3개월 연장한 탓에 조기 선거 역시 국가비상사태 아래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8월 선거를 환영한 바 있으나, 선거를 6월로 앞당긴 에르도안 대통령에 허를 찔렸다. 공화인민당은 선거를 치르려면 의회가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 군부는 2016년 에르도안 정부의 이슬람주의로 인해 정교분리 원칙 등 세속주의가 침해됐다며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6시간 만에 실패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로 지목한 뒤 대규모 숙청과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터키 국방부는 18일 군에서 귈렌을 추종하는 비밀 조직을 적발했다며 곧 3000명을 해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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