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오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만남 장소가 싱가포르의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로 정해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지도자 김정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장소는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잘되고 있다. 많은 관계가 구축되고 있고 (싱가포르) 여정 전에 많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매우 중요한 며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시각으로 12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에 열린다고 발표했다.
카펠라 호텔은 북-미 간 의전 실무회담을 진행한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미국 대표단이 머물러온 곳이다. 북한 쪽 실무회담 대표단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헤이긴 부비서실장 등이 이 호텔에서 지난달 네 차례 만나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했다. 112개의 객실을 갖춘 고급 휴양지(5성급 호텔)인 카펠라 호텔은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연예인들이 머문 적은 있으나 정상회담 같은 정치적 행사 장소로는 첫선을 보이게 됐다.
북·미가 정상회담 장소로 카펠라 호텔을 선택한 것은 보안·경호상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넓이 4.71㎢의 작은 섬인 센토사는 본토와 연결된 710m 길이의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만 차단하면 외부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이 호텔은 센토사섬 안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서 경호가 더 용이하다. <시엔엔>(CNN)은 “보안 문제가 북한 쪽의 주요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10~14일 기간에 샹그릴라 호텔 주변 탕린 권역에 이어 센토사섬 전역과 그 앞바다, 연륙교 주변을 특별행사지역으로 지난 5일 추가 지정했다. 특히 카펠라 호텔과 인접 유원지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등은 ‘특별구역’으로 별도 규정돼 6일부터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는 등 한층 보안이 강화됐다. 이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1~13일 사이 싱가포르 상공 비행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앞서 싱가포르 정부가 특별행사지역으로 선포한 본토의 탕린 권역은 두 정상의 숙소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안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인트리지스 호텔에 김 위원장이 묵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는 이 지역 바깥에 있는 풀러턴 호텔도 거론된다. 풀러턴 호텔은 김창선 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머물러온 곳이다.
각국 취재진 3천여명이 모여 세기의 이벤트를 전세계에 전할 미디어센터는 마리나베이 지역의 포뮬러원(F1) 핏 빌딩에 마련됐다. 연면적 2만3천㎡의 이 건물은 세계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 취재진을 위한 브리핑룸·식당·미디어라운지를 갖췄다.
이로써 ‘세기의 만남’을 위한 회담장(카펠라 호텔)-정상 숙소(샹그릴라 호텔과 주변)-미디어센터(포뮬러원 핏)의 ‘트라이앵글’(삼각형)이 갖춰졌다. 이 안에서 펼쳐질 두 정상의 움직임에 전세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 당일 오전 각각 숙소를 나서 전용 승용차로 카펠라 호텔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의 숙소에서 회담장까지 직선거리는 최장 7㎞ 이내여서, 교통 통제까지 고려하면 10~20분이면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오전 회담 뒤 오찬을 함께 하고, 오후에 회담을 이어갈 수도 있다. 두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처럼 카펠라 호텔 내부 산책로나 해변길을 함께 거닐며 대화하는 모습이 연출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언급한 김 위원장과의 ‘햄버거 회동’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정상회담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일 밤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아침 일찍 시작하는 정상회담을 위해 늦어도 11일 밤까지는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