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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김정은 숙소’ 경찰 수백명 둘러싸…‘트럼프 숙소’는 한산

등록 2018-06-10 13:37수정 2018-06-10 21:16

북-미정상회담 앞둔 싱가포르 풍경

김 위원장 예상 숙소 ‘세인트 리지스 호텔’
호텔 진입로 막고 차 트렁크까지 수색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안검색대 거쳐야

트럼프 묵을 ‘샹그릴라 호텔’
경찰 있지만 호텔 출입 취재진 통제 안해
호텔 안 볼룸 출입구 천장엔 가림막 설치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노란 표지판에 ‘경찰 검문(POLICE CHECKS)’ ‘명령에 따르시오(COMPLY THE ORDERS)’라고 적혀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노란 표지판에 ‘경찰 검문(POLICE CHECKS)’ ‘명령에 따르시오(COMPLY THE ORDERS)’라고 적혀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은 이제 몇 시간 뒤면 ‘아주 특별한 손님’이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했다. 무장한 경찰들이 호텔 주변을 에워쌌고, 호텔 정문 근처에서는 사진촬영도 할 수 없었다. 정문에는 커튼처럼 생긴 회색 가림막이 내려왔다. 이 곳, 세인트 리지스 호텔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몇 시간 뒤면 싱가포르에 도착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 숙소로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날 예정이라고 싱가포르 외무부가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께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노란 가림벽들 왼쪽에 바로 호텔이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노란 가림벽들 왼쪽에 바로 호텔이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오른쪽에 바로 호텔이 있다. 호텔 정문쪽에 가까워질수록 검문, 검색이 강화되고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 오른쪽에 바로 호텔이 있다. 호텔 정문쪽에 가까워질수록 검문, 검색이 강화되고 있다. 노지원 기자
오전 8시30분, 싱가포르 탕린로드에 있는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에서 올려다 본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가득했고, 길에는 까만 경찰차들이 우글거렸다. 시빌 디펜스(Civil Defense·민방위)라는 글씨가 적힌 빨간차와 하얀 응급차도 군데군데 서 있었다. 경찰은 어두운 감색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는 총을 찼다. 일부 경찰은 허리에 차는 권총보다 크기가 큰 자동소총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이른 아침부터 경찰 수백명이 호텔을 주변을 호위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일부 경찰은 호텔 인근으로 진입하려는 택시를 다른 길로 안내했다. 카메라와 수첩을 든 취재진들은 호텔 옆쪽 모퉁이에 모여 있었다. 몇몇 방송기자는 마이크를 들고 벌써부터 현장 중계를 했다. 두꺼운 콘크리트 가림벽은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를 하듯 호텔 앞 도로를 지켰다. 경찰에게 이 가림벽이 언제 설치됐는지 묻자 굳은 얼굴로 “코멘트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산책을 하던 한 주민은 “이 블럭이 (이번 행사를 앞두고) 새로 설치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이 가림벽은 9일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차량 검문소. 호텔에 들어가려는 차량은 이 곳에서 일단 멈춘 뒤 검문을 받아야 한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차량 검문소. 호텔에 들어가려는 차량은 이 곳에서 일단 멈춘 뒤 검문을 받아야 한다. 노지원 기자
호텔 정문으로 갈수록 경비는 더 삼엄해졌다. 정문 앞 도로를 통해 호텔 안으로 들어오려는 차는 철저한 검문을 받아야 했다. 경찰은 운전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트렁크를 열어 샅샅이 살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반 행인들이 호텔 앞을 지나다니는 데는 별도의 제지가 없었다. 다만 정문을 통해 호텔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호텔 쪽은 정문 입구로 다가가자 신분을 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하러 온 기자”라고 밝히자 “들어올 수 없다”,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호텔 투숙색은 신분 확인을 거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호텔 정문은 경찰 두어명이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 경호하기 쉬워보였다. 정문 천장에는 회색 가림막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호텔 반대편이나 좀 더 높은 곳에서 정문으로 들어가는 ‘특별 손님’의 동선을 관찰하지 못하도록 한 경호 조치로 보였다. 실제 이 가림막은 최근 새로 설치됐다.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차량 검문소를 지나던 한 차량이 검색을 받고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차량 검문소를 지나던 한 차량이 검색을 받고 있다. 노지원 기자

같은 날 오전 9시30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알려진 샹그릴라 호텔은 김 위원장의 숙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기자 서너명이 호텔을 배경으로 리포팅을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북쪽 숙소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 수십명에 비하면 눈에 띄게 적은 숫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는 밤(현지시각 오후 9시 예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까지는 570m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할 정도다.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진입로. 리지스 호텔처럼 차량에 대한 검문, 검색이 이뤄지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준비 중인 모습이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진입로. 리지스 호텔처럼 차량에 대한 검문, 검색이 이뤄지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준비 중인 모습이다. 노지원 기자
샹그릴라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차량 진입로에 북쪽 숙소에서 본 것과 비슷한 복장을 한 경찰이 서 있었지만, 카메라를 든 채 걸어서 호텔로 걸어 들어가는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와서 입구 바로 앞에 내리는 취재진도 있었다. 아직 보안 검색대 등도 보이지 않았다. 북쪽 숙소 앞 도로와 입구에 대규모 보안검색 인원과 기계가 설치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출입구 자체도 세인트 리지스 호텔보다 컸다. 이 곳을 통제하려면 경찰이 수십명은 필요해 보였지만, 손님이 드나드는 유리문을 통제하는 경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샹그릴라 호텔은 여느때처럼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뿐이었다. 로비에는 체크인, 체크아웃을 하려는 손님들이 오갔고, 호텔 안쪽에 있는 야외수영장에서 투숙객들은 한가롭게 헤엄을 치기도 했다.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보이는 북쪽 숙소와 달리 호텔 손님들은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잊은 채 자신들의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 로비.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 로비.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 안에 있는 야외 수영장. 일부 투숙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 안에 있는 야외 수영장. 일부 투숙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 중앙 출입구에서 바라본 볼룸 쪽 출입구. 커튼 같은 가림막이 내려져 있다. 노지원 기자
10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 중앙 출입구에서 바라본 볼룸 쪽 출입구. 커튼 같은 가림막이 내려져 있다. 노지원 기자
이 호텔에서 눈에 띈 것은 북쪽 숙소에서 본 것과 비슷한 커튼 모양을 한 가림막이었다. 호텔 건물 가장 가운데에 있는 유리 문으로는 투숙객 등 일반인이 드나들 수 있었지만, 더 안쪽에 볼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 천장에는 북쪽 숙소에서 본 것과 같은 커튼형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이 호텔 로비에 있는 한 빵집 점원은 “새로 설치한 것”이라며 “아마도 특별한 행사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께가 되자 볼룸으로 갈 수 있는 입구로 경찰 수십명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8시35분께 파야 레바 공군기지를 통해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식을 취한 뒤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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