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점점 깊은 무역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그동안 예고했던 160억달러(약 18조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23일 발동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타협의 기미 없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7일 누리집을 통해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예고했던 16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련된 고율 관세 부과 조처를 23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반도체, 전자부품, 플라스틱·고무제품, 철도차량, 통신부품, 산업기계 등 279개 품목이다. 다만, 46일에 걸친 공개 의견 청취 기간 동안 업계에 미칠 악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와 대상 품목은 애초 예고보다 5개 줄어든 279개 품목으로 최종 결정됐다. 미국 언론들은 “반도체와 전자부품은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가전 등에 널리 쓰여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3월 말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고 ‘중국제조 2025’ 같은 산업정책을 위해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며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수입품 500억달러어치를 대상으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른 1차 조처로 미 무역대표부는 7월6일 34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날 나머지 액수에 대한 부과 계획을 확정했다.
중국 상무부도 8일 휘발유, 석탄, 자동차, 오토바이, 의료기기 등 미국 상품 160억달러어치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게 끝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1일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애초 예고했던 10%보다 훨씬 높은 25% 올리겠다고 엄포를 놨고, 추가로 2000억~3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3일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5~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재 (미-중 간에) 휴전을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전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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