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침공은 뻔뻔스런 국가테러” 노벨문학상 핀터, 미 비난
올해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 미국 맹비난
“이라크 침공은 국제법 개념을 완전히 모독하는 강도짓이자 뻔뻔스러운 국가의 테러다.”
올 노벨문학상((nobelprize.org) 수상자인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75)는 7일 이라크 침공을 ‘국가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그들을 대량학살범과 전쟁범죄자라고 부르겠느냐”며 “그들에 대한 단죄는 정당하다”고 역설했다.
10일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웨덴 학술원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방영된 이날 강연에서 핀터는 거의 1시간 내내 미국의 부도덕함을 성토했다. 2002년 말 식도암 진단을 받은 핀터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런던 병원에서 ‘예술, 진실, 그리고 정치’란 제목이 붙은 이 강연을 녹화했다.
그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군사독재를 세우고 지지했다”며 인도네시아, 그리스,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필리핀, 칠레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은 이런 권력 조작을 보편적 선을 위한 것으로 가장했다”며 “미국의 범죄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사악하고 무자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문학에선 어떤 사안이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지만, 나는 한 시민으로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한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는 진실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라크가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고, 9·11 테러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 역시 진실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은 미국이 세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있다”며 ”정치인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고, 권력과 권력의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동조한 영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잉잉대는 새끼양”이라고 조롱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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