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미 국무부 제공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5일(현지시각) 러시아,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 6~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일본, 북한,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한 데 이은 두번째 해외 순방이다. 그가 “초청장을 보냈다”며 희망을 나타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만남이 늦어지는 가운데 나선 일정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순방길에 올라 모스크바와 파리, 브뤼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비건 특별대표의 유럽 방문 목적에 대해 “그의 카운터파트들과 실무차원 회담들을 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해 노력해 가는 과정에서 동맹과 파트너들을 만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은 비건 특별대표를 16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앞서 최선희 부상 등 북·중·러 외교차관은 러시아에서 만나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어, 비건 특별대표가 제재 유지 여론전을 펴며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비건 대표의 유럽 방문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최선희 부상과의 첫 접촉이 언제 이뤄질지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19일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8일 “어젯밤 내 카운터파트에게 가능한 한 빨리 보자고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때에도, 최 부상이 그보다 앞서 중국·러시아 방문을 위해 출국해 ‘조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북-미가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유럽 방문 기간에 비건 특별대표와 북한 당국자들의 만남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는 “이 시점에 발표할 회담이나 출장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무부의 마크 램버트 북한담당 부차관보 대행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비건-최선희 깜짝 회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다음달 중순 유럽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 신문>이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1일 프랑스를 방문한 뒤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담 장소로는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스위스의 제네바가 거론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문제는 매우 잘 돼가고 있다”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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