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러시아를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22일(현지시각) 현지 라디오 방송 <에코 모스크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여름 김정은을 만나는 전례 없는 조처를 했다. 그리고 그는 아마도 새해 첫날 이후(probably after the first of the year)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내년 초로 미루는 것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19일 익명의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1월1일 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네바다주에서 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북한 문제는 잘될 것이다. 서두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볼턴 보좌관이 지난 12일 2차 정상회담은 “두어달 안에(in the next couple of months)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언급은 미국이 제안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 개최가 늦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풍계리·동창리·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핵 무기·물질·시설 신고를 요구하는 미국과, 종전선언과 경제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은 여전히 2차 정상회담을 가시권에 두고서도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협상 상황이나 물리적 준비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슈퍼 매파’로 불리는 그가 공개적으로 이를 말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 용도로도 볼 수 있다. 미국으로선 시간에 연연하지 않으니 만족할 만한 양보책을 준비하라는 대북 신호인 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달 말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혀,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고위급 회담 뒤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이 지난해 북한에 대한 핵공격 아이디어를 논의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볼턴 보좌관은 “절대로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결코 그런 아이디어가 논의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 협상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고대한다면서 “대통령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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