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 쪽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넘어갈 것이란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관계자가 애초 구상대로 연내에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1월 개최가 미국 정부의 확정된 방침이냐’는 질문에 “사실상 그 정도가 되지 않겠냐는 게 미국 정부 사람들의 생각 같다”며 “중간선거가 다음달 초(11월6일)인 데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을 생각하면 그 정도가 적절하지 않겠나 보인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새해 첫날 이후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정부가 목표로 밝혀온 ‘연내 종전선언’과 ‘서울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이 어떻게 시작돼 얼마나 심도 있게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렸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는 연내에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무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비핵화 진전이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남북 정상이 (연내에) 서울에서 만날 여건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북한이 비핵화 행동에 대한 상응 조처로 미국에 제재 완화와 함께 요구하는 주요 항목이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 간 합의 사항이고, 북-미 대화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어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이 관계자는 ‘북-미 협상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라면 남북 정상이 만나 해볼 역할이 또 있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북-미는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 날짜와 장소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고위급회담을 할 준비가 돼있는데 북한이 아직 구체적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앞으로 일주일 반쯤 뒤에 나와 북한 쪽 카운터파트의 고위급회담을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 말한 것이니까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간 협상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비핵화 결단 속에 거대한 게임이 진행될 때는 북한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개발한 핵무기·시설 모든 것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며 “북한은 철저히 준비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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