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를 열고 있는 러시아의 상술이 도를 넘고 있다.
우선 호텔부터 바가지 요금이다. 24개국 선수단 600여명이 묵고 있는 프리발티스카야 호텔은 1인실이 하루 150달러(약 15만원), 2인실이 하루 120달러(약 12만원)다. 준특급인 이 호텔은 하루 세끼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별로 비싸보이진 않지만, 음식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제대회를 유치해놓고도 뷔페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서양식, 특히 러시아식 일색이다. 동양 음식이라곤 한국의 된장국이나 일본 국물 등이 맛배기로 한두번 나왔을 뿐이다. 더욱이 대회 개막 일주일이 지났지만 날마다 똑같은 메뉴를 진열해놓고 있다. 이러다보니 처음 한 두끼를 서양식으로 해결한 한국 선수들도 식사 때마다 직접 마련한 밥과 반찬을 식당에 가져 와서 먹고 있다. 그런데도 대회기간 동안 각 나라 선수단이 이 호텔에 방값으로 지불하는 돈은 약 12억원에 이른다.
전화요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 방에는 수신자 부담을 포함해 모든 국제전화 통화를 막아놓고 프런트에서만 전화를 걸도록 만들어놓았다. 전화 거는 단계도 복잡하지만 국제전화 한통에 177루블(약 7천원)이라고 적힌 안내판만 믿고 전화를 걸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국 선수단의 한 임원도 10여분간 통화했다가 전화비로만 20만원을 날렸다. 선수단이 제3국의 경기 분석 등을 위해 호텔에서 경기장에 가려고 해도 20달러를 주고 별도로 승합차를 불러야 한다.
입장료도 너무 비싸다. 예선전이 350루블(한화 약 1만4천원)이고, 결승전은 700루블(약 2만8천원)에 이른다. 한국팀을 응원하러 오려는 교민들은 러시아 물가를 감안할 때 엄청나게 비싼 요금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지난해 이 곳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대회 입장료가 100루블(4천원)이었던 점에 비춰봐도 큰 차이다. 그런데도 대회 조직위원회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고, 경기가 끝난 지 2시간이 지났는데도 점수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등 엉망이다. 해를 볼 수 없는 이곳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모습이다. 상트페트레부르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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