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날인 5일 미주리주 케이프지라도에서 유세를 하다 주먹을 쥐고 있다. 케이프지라도/로이터 연합뉴스
재집권 기반 굳힌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줌으로써 향후 국정 운영에서 구조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마주하게 됐다. 백악관과 행정부 견제에 쓸 ‘실탄’을 확보한 야당의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공화당을 확실하게 ‘트럼프당’으로 장악함으로써 2020년 재선을 위한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 ‘트럼프가 졌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던 의회는 하원의 새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3일 끝난다. 민주당은 하원의장과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함으로써 강력한 행정부 견제력을 갖추게 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밤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헌법의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추가 감세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오바마 케어’ 무력화 정책 등에 입법·예산 통제권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자료 요구와 청문회 개최도 막강한 견제 수단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을 의회에서 조사할 수도 있음을 내비쳐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문제를 의회에서 조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해왔다. 다만 상원을 공화당이 계속 장악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실익 없이 역풍만 초래할 수 있는 대통령 탄핵 추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공화당 내 입지와 지지층 결속 측면에서는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이단아’로 대통령까지 오른 그는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을 확실한 ‘트럼프당’으로 장악했다. 공화당에서 가장 정력적인 선거운동원으로 나선 그는 “투표용지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라”며 ‘트럼프 세일’ 전략을 폈다. 중간선거 막바지 6일 동안에는 플로리다, 몬태나, 인디애나, 미주리, 조지아 등 8개 주 11곳을 돌며 불꽃 지원전을 폈다. 그의 2016년 당내 경선 라이벌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마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지원 요청을 한 것은 기존의 워싱턴 문법을 깬 ‘트럼프 스타일’이 공화당과 지지층에 먹혀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지원 유세는 곧 2020년 대선 재선 운동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취임 뒤 이번 중간선거 캠페인까지 23개 주 53곳을 돌았는데, 이 기회에 2020년 대선 기부금 마련 행사도 열었다.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일컬어지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당분간 정치 중단’을 선언하고,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도 2020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현재 당내엔 그의 가시적 경쟁자가 없다. 김동석 재미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한겨레>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을 확실히 접수했다”며 “2020년 재집권 기반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의 ‘편 가르기’와 ‘일방주의’ 정치가 중간선거 뒤에도 확 바뀔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상·하원 완패는 면했다는 점을 ‘절반의 승리’로 주장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이날 밤 민주당의 상·하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낸시 펠로시 의원 모두에게 축하 전화를 건 것은 ‘상원은 지켰다’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상원 승리로, 남은 임기 안에 보수적 대법관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는 점도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법무장관 등 내각 일부를 충성파로 교체하며 내부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중간선거 뒤 내각 개편’을 “관례적인 것”이라며 기정사실화했다. 백악관 참모진도 일부 바뀔 수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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