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15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있는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2018 한반도 국제포럼’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 이 행사는 통일부가 주최하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북한대학원대학교·우드로윌슨센터가 주관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모두 올해 안에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연내 김 위원장 답방과 종전선언을 징검다리 삼아 남-북-미 대화의 모멘텀과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가려는 의지로 보인다.
조 장관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2018 한반도 국제포럼’ 기조연설 뒤 질의·응답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합의한 사항임을 상기시키며 “그 합의는 지금도 유효하고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과거 남북 정상회담은 준비에 최소 두 달이 필요했지만 올해 세 차례 회담을 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5월 판문점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은 준비 기간이 하루도 안 됐다”며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준비에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남북 관계에서 넘어야 할 허들이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허들을 넘는 것은 남북 관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가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저녁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북-미 고위급 회담이 빨리 열리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합의대로 연내에 이뤄지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상황을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은 한국과 미국에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없고 북한도 노동당 창건 75주년(2020년)을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하고 “내년에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느냐 하는 게 세 나라에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장관은 연내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 답방과 같은 맥락에서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제포럼 질의·응답에서 “종전선언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 미국, 한국과 비핵화 협상을 할 때 명분을 확보하는 측면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조 장관은 특히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북-미-중 장관급에서 종전선언에 서명하고 정상들이 사후 승인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밝은 미래에 협력할 것임을 약속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하고 결단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협력의 성공 가능성을 북한에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며, 남북 경협은 비핵화 진전 후에 본격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그는 질의·응답에서 “개성공단 얘기만 하면 공단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결코 지금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참석해야 하는데 이런 제재 하에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투자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통일부가 주최하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대학교,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주관했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경남대 총장)은 “미국과 북한은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북 간에 상호 신뢰를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개최될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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