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의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미국이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뎌지면서 함께 늦춰진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를 한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쪽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한 전폭적 지지,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확인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워킹그룹 회의에 대해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주된 의제는 아니었지만 회의에서 논의했다”며 “그동안 한-미 협의를 통해 진전이 있었고, 기술적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적 세부 사항’은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가급적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목표는 (공동조사 뒤) 올해 안에 착공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애초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를 10월 하순부터 실시한 뒤 11월 말~12월 초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운데 남북 공동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쪽은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가 함께 가야 한다”며 ‘남북 관계 과속론’을 펴기도 했다.
미국이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전폭적 지지’를 표한 것은 이 사업에 제동을 걸지 않겠다고 확인한 것이자, 북-미 대화에서도 일정 부분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8일로 예정됐다가 하루 전 취소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말하는 대로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면 지금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고위급 회담 일정에 대해 북-미가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는 워킹그룹 회의를 가급적 정례화한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달에 두 차례 정도는 협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워킹그룹은 한국 쪽에서는 이 본부장을 의장으로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참여한다. 미국 쪽에서는 비건 특별대표를 의장으로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북한 담당 부차관보 대행,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참여한다. 사안에 따라 청와대나 다른 부처도 신축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워킹그룹은 비핵화, 남북 협력, 제재 이행에 대한 체계적 논의를 위해 한국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남북 관계가 북-미 대화보다 빨리 간다’는 미국 내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관련 질문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가 남북 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를 원한다고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며 “그것이 비건 특별대표가 이끄는 워킹그룹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들(남북 관계와 비핵화)이 나란히 함께 가는 나아가는 것으로 여긴다. 중요한 병행 과정이라고 여긴다”며 “워킹그룹은 그것들이 그런 방식으로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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