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연일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입에 올리며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각) 미 공영라디오 <엔피아르>(NPR)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의 (비핵화 노력)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 어떤 점에서 2차 정상회담이 생산적이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싱가포르(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도록 기회를 주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북한 체제에서 의미 있는 진짜 유일한 결정권자”로 표현하고,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말한 것을 지키게 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지금까지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또 <엔피아르> 인터뷰에서 ‘왜 2차 정상회담으로 김 위원장에게 보상을 주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그걸 김 위원장을 보상하는 걸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단순히 북한의 말에 관한 게 아니다. 우리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 의사가 있다고 말하는 걸 수십년 동안 들었다”며 “우리가 봐야하는 것은 성과(performance)”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를 얻어야만 그 다음에 우리는 경제 제재 제거(removing)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최고의 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이 연일 이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북한을 향해 ‘가시적 비핵화 조처 없이는 제재 해제가 없다’고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의 언급이 잦아진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논의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도 2차 정상회담 시점을 “내년 1월1일 이후 언젠가”라고 재확인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에) 마지막 기회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무얼 할지 미리 판단하지 않겠다. 아직 김 위원장이 회담장에 나온 게 아니다. 우리는 그게 일어나는 걸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계속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북-미 협상 상황 등에 관해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는 한국 쪽에서 조윤제 주미대사, 미국 쪽에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배석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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