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22일 연방정부 셧다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과 함께 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의 인권 탄압에 관한 연설을 준비했다가 취소했다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해 인도적 지원 허용 의사를 밝힌 것과 함께 미국의 대북 유화적 손짓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에이비시>는 “펜스 부통령이 지난주 북한의 인권 탄압에 관해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북-미 대화 긴장 속에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펜스 대통령 쪽의 한 관계자는 연설 취소가 “일정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킬 수 있고, 비핵화 대화를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부분적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펜스 부통령은 2월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미국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과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0일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인권 탄압 책임자로 지목하고 제재 대상에 올리며 ‘인권 공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19일 방한한 비건 특별대표는 “내년 초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지원을 더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에 관여하는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처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방한 기간에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고 말해, 북한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만남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너무 머지않아 만나길 기대한다”며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 금지 재검토 방침이 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영라디오 <엔피아르>(NPR) 인터뷰에서 “당신(진행자)이 우리가 경제적 제재를 풀어주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보다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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