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끝 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 시작하나

푸틴, 미국 미사일방어(MD) 계획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탄두 ‘아방가르드’ 배치 계획 밝혀
중거리핵전력조약 파기 등 미 압박에 대한
소련의 강력한 맞대응 의지 보여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아방가르드’의 개발을 끝냈다며, 내년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냉전 해체를 가져 온 미-소 핵 군축의 출발점이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에 맞선 강력한 맞대응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오늘 나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극초음속 탄두의 최종 실험을 준비하고 시행했다. 방금 이는 완벽한 성공으로 끝났다. 러시아는 새로운 종류의 전략무기를 갖게 됐다. 이 시스템은 내년에 실전 배치된다”고 밝혔다. 크렘린은 이후 국영 언론을 통해 그동안 러시아가 개발해 온 핵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아방가르드가 우랄산맥 남부에서 시험 발사돼 6000㎞ 떨어진 극동 캄차카반도 착탄 예정지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방가르드는 러시아가 15년 전 개발을 시작한 신형 무기로, 5m짜리 몸체에 비행 궤적을 조정할 수 있는 날개가 붙어 있어 적의 레이더를 피해가며 목표를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최대 속도가 마하 20이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밝힌 정보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구축하는 미사일방어(MD)망으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파기할 때부터 제기돼온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이를 무력화하려는 더 강력한 탄도탄 사이의 끝없는 군비 경쟁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국방부에서 이 실험 과정을 지켜 본 뒤 “아방가르드는 상정된 적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타격이 불가능하다. 커다란 승리”라고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러시아·중국 등 핵 강국 사이에 냉전 시기와 비슷한 핵 경쟁이 본격화되는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 내놓은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를 통해 소형 핵탄두나 순항미사일을 활용한 핵전략을 언급했고, 이달 4일엔 ‘60일 유예기간’을 주며 러시아가 미국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중거리핵전력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보고서 공개 직후인 3월 아방가르드 개발 계획을 공개한 데 이번에 실험 사실과 배치 계획을 밝히며 맞불을 놨다. 중국도 5월에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엠디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을 시험발사했다.

길윤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