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를 맞아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다시 시작되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신호는 긍정적인 편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유화책을 잇따라 내놨고, 미-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9일(현지시각) 전화로 수교 40돌을 맞는 미-중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시 주석은 전화통화에서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의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고, 서로의 중요한 이익을 존중하고, 협력과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북-미 관계에 대해선 “중국은 조-미(북-미) 쌍방이 대화를 계속하고 긍정적 성과를 거두기를 격려하고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싱가포르/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며 회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이 글에서 북-미 대화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24일 트위터에 북핵 문제와 관련해 “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봐 시 주석에게 거듭 협력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1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존중”의 뜻을 밝혔고, 회담 뒤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100% 협력하겠다고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문제는 북-미 협상의 또다른 당사자인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매년 1월1일 발표하는 신년사는 북한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고 선언하며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을 받아들이며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됐다.
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는 북-미가 서로에게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요구하면서 대화가 ‘장기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특히 관심을 끈다. 미국은 최근 현재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의 방북 허용을 검토하고,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위한 제재 면제에 동의하는 등 유화적 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이에 대한 대답이자, 향후 북-미 대화와 남북관계의 방향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의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한겨레>에 미국의 인도적 지원 재개 검토 등은 “북한에 보내는 확실한 대화 시그널”이라며 “북한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도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 북-미 간 교착을 뚫을 수 있는 획기적 내용을 담는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의 거대한 여정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기대 이하의 내용이 담길 경우 현재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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