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가 7일 4차 방중을 위해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2차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만만찮은 공동의 상대 앞에서 ‘끈끈한 유대’를 과시하며 상부상조한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이례적인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우리의 중대한 외교 일정은 아주 많다. 일부 외교 일정은 겹치기도 하고, 이상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명보>는 “북핵 문제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몇 안 되는 의제 가운데 하나인 만큼,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미국과 무역협상 중인) 중국을 지원한 것”이라 지적했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도 “시 주석의 초청에 의한 김 위원장의 베이징 도착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제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과 북한의 가까운 연대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이번 방중은) 미-중 협상에 있어 시 주석에게 지렛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에 의한 것”이라며 중국의 견해가 반영된 것임을 암시했다.
지난해 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과 미-중 무역전쟁이 동시에 시작된 뒤, 미국은 한동안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북-미 협상을 훼방 놓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무역전쟁을 ‘90일 휴전’ 하기로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은 북한에 대해 나와 100% 협력하기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이 되살아났음을 선언한 것이다.
한편, 이번 무역협정에 나선 미-중 협상단은 애초 이틀로 예정했던 일정을 9일까지로 하루 연장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이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구입하는 것과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접근을 늘이는 문제에선 이견을 좁혔지만, ‘놀라운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공격적인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이나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미-중 양국이 일단 쉬운 쟁점에 대한 합의 내용을 모아 ‘부분 타결’를 선언한 뒤, 협상 기간을 늘여 핵심 현안에 대한 의견 절충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잡한 국내 사정으로 외교성과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밤 트위터에 “중국과의 대화들이 매우 잘 되고 있다”며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드러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