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영철(맨 왼쪽)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1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김성혜(맨 오른쪽)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도 동행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확장 능력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핵 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 보도된 싱클레어방송 그룹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가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계속 알고 있었다”며 “그걸 하는 동안 우리는 확실히 위험(risk)을 줄여야 하고,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핵·미사일 실험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화들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 모든 것을 다 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이제 (북한 비핵화를) 실행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폼페이오 장관이 18일 워싱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회담을 하기 직전에 이뤄졌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는 긴 과정이 될 것’이라며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 감소’를 말한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의 비핵화 추가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를 놓고 양쪽이 19일부터 스웨덴에서 실무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이 전면적 핵 신고나 완전한 비핵화 요구 대신 ‘핵·미사일 동결’을 출발점으로 삼아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그 전까지 밝혀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하지 않고 북한 핵 능력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 타임스>가 19일 북-미 협상에 관해 브리핑 받은 나라들의 관리들을 인용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무기고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핵 연료·무기 생산을 동결할지가 북한과 논의 중인 한가지 주제”라고 보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도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에 대한 위험 요소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북-미) 대화에서 진전시키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인들의 안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나 핵물질 생산 중단을 하면 미국이 인도적 지원이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가동을 위한 일부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처를 내밀 수도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면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트위터에 “이번주에 (북한) 최고 대표자들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월 말에 만나길 고대한다”고 적었다. 또 “언론은 우리가 북한과 이룬 엄청난 진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바마 정부 말기에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지금과 비교해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2돌인 이날, 지난해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다. 백악관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트럼프 대통령 재임 2년의 역사적 성과’ 자료에서 경제 성장, 무역 협상, 국경 안보 분야에 이어 ‘해외에서의 미국의 리더십 회복’ 항목에서 북한 문제를 첫 줄에 적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비핵화의 시작을 가져왔다”며 “정상회담 뒤 지도자들이 친서를 교환했고 고위급 관리들이 만났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해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국 전쟁포로·실종자들의 유해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역사적인 유엔 대북 제재의 통과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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