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오른쪽)이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발언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내놨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보당국이 지난해와 같은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등은 29일(현지시각)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정보당국의 전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도 공개했다.
코츠 국장은 보고서와 발언을 통해 “북한은 핵 능력이 있는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1년 넘게 하지 않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으며, 가역적으로 대량파괴무기 시설 일부를 해체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에 열려 있음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스펠 국장도 “북한 정권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다. 자발적으로 (시설) 부지를 폐쇄·해체하는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츠 국장은 “북한은 대량파괴무기 역량을 유지하고 있고,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비축량, 운반 시스템, 생산 역량 모두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북한 지도자들은 핵무기가 정권 생존에 긴요하다고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고 부분적 비핵화 조처들에 대한 협상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조차 북한이 핵무기와 생산 역량 모두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보기관들은 “완전한 비핵화와 상충하는 활동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정보기관 수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정책을 반박했다”며 이 보고서를 ‘트럼프 때리기’로 연결지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일부 외교적 성과에도, 미국과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 목록과 시설을 공개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고,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