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정보국(DNI)이 29일 공개한 ‘세계위협평가’ 보고서. 중·러가 1950년대 이후 가장 잘 보조를 맞춰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정보국 누리집 갈무리
미국 정보당국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195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잘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국제 질서가 점점 더 큰 긴장과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미국이 주도하던 ‘일극체제’가 끝나고, 미국과 중·러의 갈등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안보 영역까지 확장됐음을 인정한 평가로 해석된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빅4” 국가들에 의한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중국의 행동은 (미국에 대한) 글로벌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고 “러시아의 접근은 세계에서 미국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고 낮추려는 잘못된 지침과 혼란에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엔 코츠 국장 외에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 등이 출석했다.
코츠 국장은 이날 공개한 2019년판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미국의 전통적 동맹 및 파트너들을 상대로 더 강하게 경쟁하려 하고 있어 안보 위협은 더 확장되고 다변화될 것”이라며 “이런 경쟁은 기술, 군사적 우위뿐 아니라 가치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영향력 확장을 꾀하면서 한때 잘 정립돼 있던 안보 규범들을 침식하고 있고, 중동과 동아시아에서 지역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동아시아 관련 위협 요소로는 중국의 군사기지화가 진행된 남중국해 문제와 중국-대만 관계를 꼽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보고서의 평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가치와 아프가니스탄, 중동,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관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며 “그로 인해 이 지역 동맹들이 미국으로부터 더 큰 독립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한 중·러의 거센 도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동맹을 경시하는 태도가 미국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중·러와의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17일 2019년판 ‘미사일방어 검토 보고서’를 통해 중·러의 고도화하는 미사일 공격 능력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우주를 기반으로 한 미사일방어(MD)망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12월엔 냉전 해체로 이어진 미-러 핵 군축의 출발점이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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