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중 장관급 무역협상을 마친 뒤 예방한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 끝에 앉은 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미-중은 조만간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워싱턴에서 진행된 장관급 무역협상이 “진전은 있었지만, 많은 과제를 남긴 채”로 이틀 간의 일정을 끝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남은 난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31일 성명에서 “지난 이틀 동안 미국과 중국의 고위 관료들이 양국간 무역 관계에 대한 집중적이고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했다”며 “진전이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난해 12월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90일의 기간은 ‘엄격한 협상시한’을 뜻하는 것이라 되풀이 강조해왔다. 미-중이 3월1일까지 만족한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현재 10%에서 25%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을 위해 류허 중국 부총리가 30~31일 이틀 동안 워싱턴을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USRT) 대표 등과 만났다. 백악관은 두 나라가 △중국이 미국 기업에 강요해 온 강제적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문제 △미국 기업들에대한 다양한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 △미국 상업자산에 대한 사이버 절도 △보조금과 국영기업으로 인한 시장 왜곡 △미국산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 장벽과 관세 △환율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양국이 이 모든 주요 이슈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고,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두고 생산적이고 기술적인 협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이 이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으로 넘어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예방한 류허 부총리에게 “라이트하우저 대표를 이달 중에 중국으로 보내겠다. 최종적 과제에 대해선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하루 500만t의 대두 수입에 동의했다”는 합의 사항 일부를 공개했다. 류허 총리는 “상호 존중의 자세로 양쪽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2월 말 개최 예정인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만나게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선 지난해 12월 정상회담 때처럼 무역 문제 뿐 아니라 북핵 문제 등 두 대국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의견 절충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미-중 정상회담 때에도 백악관 성명문에 “두 정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보기 위해 애쓰기로 했다”는 구절을 넣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류허 부총리가 미-중 정상회담의 시점과 장소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예정된 2월 회담 이후, 중국 남부 하이난다오”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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