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각)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강연을 위해 걸어들어오고 있다. 팔로알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를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각) 밝혔다.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체제 안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의 실무 책임자인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강연과 문답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이 가졌던 가설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그것은 끝났다. 종결됐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여러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70년의 전쟁과 적대를 최종적으로 끝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이 다음주 실무협상과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의향을 밝힌 점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상응조처에 관해 북한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10월 4차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대한 상응조처가 정확히 어떤 것들인지가 내가 북한의 카운터파트와 만나서 논의할 주제”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3일 서울을 방문해, 다음주 초 북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그러나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완전한 핵신고와 검증, 제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핵화 완료 전까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핵화가 완료되면 북한에 전세계의 경제 투자를 끌어들일 방법을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우리가 핵무기에 대해 옳은 일을 한다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훨씬 더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외교적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도 갖고 있다고 짤막히 언급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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