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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6 18:06 수정 : 2019.02.07 09:3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첫번째 정상회담 때 만나 손을 잡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루짜리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과 달리 이틀 일정
관계 개선 큰 틀 제시 1차에 이어 구체적 합의 주목
일부 전문가 “남-북-미-중 종전선언 가능성도”
평양 간 비건과 김혁철의 실무협상 진척 여부가 관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첫번째 정상회담 때 만나 손을 잡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정상회담 개최라는 거대한 주사위가 던져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국정연설에서 “2월27~28일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2차 담판 시간표가 확정됐다.

8개월 전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한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그랬듯, 그동안의 교착 국면을 뚫고 두번째 대좌의 문을 연 것도 두 정상의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결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개최국을 발표한 시간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을 위해 평양에 도착하고 두어시간 뒤다.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행동과 미국의 상응 조처에 대한 본격 조율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간표부터 못박은 것이다. 미국 조야의 강한 회의론에도,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가 확고함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도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김정은과 나의 관계는 좋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되는 등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연말·연초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정상 간 신뢰와 대화 의지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실무협상 등 정상회담 준비에 더 탄력이 붙었다.

두 정상은 지난해 6월12일 첫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노력 △전쟁포로·행방불명자 유해 송환 4개 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군 유해 발굴·송환을 제외하고는 구체적 진척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두 정상 모두 ‘만남’ 자체에 의미가 컸던 1차와는 달리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행동과 상응 조처를 주고받으며 손에 잡히는 합의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를 중심에 놓고 미국의 상응 조처를 꿰맞추는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제재 완화는 최대한 유보한 채 인도적 지원 재개, 종전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최근 들어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발신하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를 표시해왔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한 체제 보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핵신고 요구를 후순위로 돌리고 ‘동시적·병행적’ 이행 방침을 밝히며 유연한 태도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방송된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미국 정보당국이 회의적 분석을 내놓은 데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가 (비핵화 등에) 합의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낙관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당일치기 회담으로 끝난 1차와 달리 이번에는 이틀 일정으로 잡은 것은 확실한 성과를 내려는 의지의 표현임과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진전이다.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 업무오찬으로 끝난 1차와 달리 더 심도 있는 회담이 이뤄질 수 있고, 만찬이나 다른 친교의 시간을 통해 교감을 확대할 수 있다. 조성렬 전 국가전략안보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첫날은 회담 뒤 만찬을 하고, 이튿날에는 도보다리 대화(남북정상회담)라든지, 지난해 다롄(북-중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친교 활동 같은 행사를 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며 “북-미 간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이벤트를 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맞춰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때 베트남을 방문할 가능성이 아직 높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조 전 수석연구위원은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1박2일 회담이면 중국(정상)도 가고 한국(정상)도 갈 수 있지 않겠나. 정상회담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종전선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은 관건은 의제의 ‘디테일’을 다루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상응 조처의 조합을 얼마나 짜맞추느냐다. ‘김혁철-비건’ 라인의 조율 작업은 정상회담까지 남은 3주 사이 몇차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노지원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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