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일 출국을 위해 서울의 한 호텔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주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탠퍼드팀’과 ‘카네기팀’의 조언을 듣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이 단계적·동시적 북핵 해법을 추구하는 비건 대표의 과외 교사라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13일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일부 허풍이지만 세계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는 “비건 대표가 스탠퍼드대와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전문가들한테 아이디어를 모아왔다”고 전했다. 이그네이셔스는 비건 대표와 이들의 대화에서 무엇이 논의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두 전문가 집단의 대북 접근법을 소개했다.
애리얼 르바이트와 토비 덜튼이 이끄는 카네기팀은 북한에 현대식 인프라가 부족하고 문서 보존이 취약한 상황에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왔다고 이그네이셔스는 전했다. 모든 핵무기를 일일이 검증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잘 지키고 있는지 믿을 수 있는 수준에서 전반적 평가를 하는 ‘확률론적 검증’을 하자는 게 카네기팀의 견해라고 한다.
스탠퍼드팀은 영변 핵시설을 직접 관찰한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와 로버트 칼린 객원연구원, 엘리엇 세르빈 연구원이 주도한다. 이 팀은 “북한은 체제 보장을 얻기까지는 (핵) 무기와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체제 보장은 북한이 약속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서 (신뢰 구축을 위한) 공존과 상호 의존 기간이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이그네이셔스는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에서 이 전문가들을 만나고,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등을 담은 연설을 했다. 전문가 집단의 현실적 견해가 비건 대표의 대북 접근법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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