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전용열차로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장정’에 나서면서 그가 탄 열차에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김 위원장이 전날 오후 대대적 환송 행사를 마치고 전용열차로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 화면에 나오는 김 위원장 출발 때의 평양역 시계는 전날 오후 4시32을 가리켰다. 김 위원장 일행이 중국 국경도시인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한 시각은 이날 밤 9시30분께다.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평양 출발과 단둥 도착 시각은 올해 1월7~10일 4차 방중 때와 비슷하다. 전용열차는 중국 동북지방을 거쳐 24일 오후 1시께 톈진역을 통과한 뒤 남쪽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은 톈진의 서북쪽에 있다. 이로 미뤄 김 위원장은 베이징을 거치지 않고 최단 경로로 베트남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58년 베트남 방문길에 베이징역에 들러 역광장에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함께 환영 카퍼레이드를 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 고속철도로 갈아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경호와 의전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시간 절약이 목적이라면 애초 땅길(약 4500㎞) 대신 하늘길(약 2700㎞)을 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 일부 지역을 전용열차로 관통한 뒤 항공기로 갈아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958·64년 베트남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은 중국 각지를 둘러본 뒤 중국 쪽이 제공한 비행기로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과 베트남의 접경 지역에 있는 핑샹역의 경비가 강화되고 선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중국을 관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베트남까지 간 뒤 국경도시 동당에서 차량으로 갈아타고 약 170㎞ 떨어진 하노이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베트남 당국은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당~하노이를 잇는 1번 국도를 전면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또 동당역에서 새단장 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 열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을 위한 환영 행사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열차로 계속 이동하면 이르면 25일 늦은 오후에 동당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단거리 노선을 택하지 않고 광둥성 광저우 등지를 경유하는 우회로를 택하면 도착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 베이징/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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